청산 가능성이 높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32조7000억엔(약 2000억 달러)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엔캐리 자금의 6.5%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누적된 엔캐리 자금이 추가로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 가능 규모 추정’에 따르면 전체 엔캐리 자금의 총 잔액은 506조6000억엔(약 3조4000억 달러)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은 32조7000억엔으로 전체 엔캐리 자금의 6.5%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이후 추가 청산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전통적인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국가의 통화로 차입해 고금리 국가의 통화로 환전한 후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양국 간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현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향후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축소되면서 누적되어 온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자금 유형별로 투자 목적이나 시계가 다르기 때문에 청산 속도나 양상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8월 초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높아졌고, 자금 규모도 큰 폭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향후 엔캐리 자금의 추가 청산이 국제금융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과장은 “전통적인 방식의 엔캐리 트레이드 기대수익률은 2022년 이후 상당 기간 양(+)의 수익률을 지속했지만, 실현 수익률은 지난 7월 이후 엔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인해 손실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엔캐리 유인 변화는 지난 8월 초 글로벌 엔캐리 자금의 일부 청산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는 엔캐리 자금을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등 세 가지로 구분해 청산 가능 규모를 추정했다. 각 자금의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정도를 청산 가능한 엔캐리 자금 규모로 정의했다.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은 청산 가능한 엔캐리 자금으로 간주되며,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은 달러화 대출 증가율을 장기 추세로 간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사이클을 반영해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 증가 시 달러화 대출과 엔화 대출이 대체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김 과장은 “엔캐리 자금 자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직접 확대시키기보다는 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누적된 금액이 급격히 청산되면서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엔캐리 자금 흐름을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