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HMM 화물선 ‘나무호’ 화재 사건과 관련해 미상의 비행체 2기가 선체를 타격한 정황을 공식 확인했다. 다만 해당 비행체가 드론인지 미사일인지, 또 어느 국가가 발사했는지는 아직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외교부는 10일 정부 합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미상의 비행체가 HMM 나무호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선박 내부 결함이나 자연 발화 가능성보다는 외부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지만 발사 주체와 정확한 기종,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수거된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은 현지시간 4일 오후 3시30분께 발생했다. 미상 비행체 2기가 약 1분 간격으로 나무호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을 타격했고, 이후 화염과 연기가 발생했다.
정부는 1차 타격으로 화재가 시작됐고, 이어진 2차 충격으로 불길이 급속히 번졌다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화재 원인은 선박 내부와 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도 상당했다. 선체 외판에는 폭 약 5m, 깊이 약 7m 규모의 파공이 생겼고, 충격 방향을 따라 내부로 휘어진 흔적도 확인됐다.
박 대변인은 “파손 부위가 해수면보다 1~1.5m 높은 위치에 있고, 폭발 압력에 따른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등을 고려하면 기뢰나 어뢰 공격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비행체 타격’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배경이다.
정부는 사건 직후만 해도 피격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당초 선원과 인근 선박에서는 파공을 식별하지 못했고, 이후 현장 조사를 거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브리핑 직전에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박 대변인은 “확인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관련국과 소통하고 있다”며 “이란도 관련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 설명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무호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선박이 처음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나무호를 두바이항으로 예인한 뒤, 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군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투입해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해왔다.
향후 비행체가 이란 측 장비로 확인될 경우 외교적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드론과 미사일을 활용해 각국 선박과 미군 함정을 겨냥한 공격을 반복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반면 주한이란대사관은 사건 직후 “이란 군은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공격설을 부인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이란이 한국 화물선 등을 향해 발포했다”고 주장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각국 선박 보호를 위한 미국 주도 해상 작전에 한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다만 미국이 이미 공격 주체를 특정하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외교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제한된다”고만 답했다.
정부는 향후 재발 방지와 선박 안전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미국이 추진 중인 해양자유구상(MFC) 참여 여부 역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