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inoes crashing amongst falling stock market charts symbolize financial collapse
— 美 마진론 잔액 1.4조 달러 돌파… 1년 새 54% 급증하며 과열 신호음
— 반도체·기술주 ‘3배 레버리지 ETF’ 몸집 2배로… 기계적 매수가 주가 부풀려
— 월가 “하락세 접어들면 파생상품 청산 악순환… 시장 뒤흔들 최대 위험 요인”
글로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열풍을 타고 미국 증시 내 차입 투자(빚투)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월가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가 상승기에 이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쏠림이 심화되면서, 향후 시장 방향성이 바뀔 때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의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투자자들의 마진론(주식담보대출) 잔액은 1조 4,000억 달러(약 2,170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54%나 급증한 규모다.
여기에 지수 상승률의 몇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시장의 팽창 속도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AUM)은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며 2,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돈이 몰린 곳은 단연 테슬라,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섹터의 초고위험 상품들이었다.
실제 이 기간 기초자산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약 300% 상승하는 동안 이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무려 700% 가까이 폭등하는 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수익의 이면에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기초자산이 30%만 하락해도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의 대부분을 잃는 90%대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은 특히 최근 한국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무너지며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까지 발동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거울이라고 짚었다. 한국 시장에서 시작된 투자심리 위축이 결국 미국 AI 기술주 전반으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이 주가 변동성을 인위적으로 키운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약속된 배수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선물 등 파생상품을 기계적으로 추가 매수해야 한다. 파생상품을 설계해 판 금융회사 역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헤지) 해당 현물 주식을 대거 사들이게 된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대형 운용사들이 지난 3월 말 이후 매입한 파생상품 규모만 3,0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로 인한 헤지성 매수세가 그동안의 주가 상승을 과도하게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하락장 전환 시의 ‘도미노 매도’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운용사는 파생상품 포지션을 줄여야 하고, 금융회사도 헤지용으로 들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던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계적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해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 6월 5일, 3배 레버리지 반도체 ETF가 단 하루 만에 31% 폭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레버리지 상품의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본래 기초자산의 가치를 따라가야 할 ETF가 도리어 기초자산의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가격의 적정성과 상관없이 유입되는 기계적 자금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기초체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AI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한 이러한 위험한 베팅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월가 관계자들은 “막대한 포지션이 단기간에 청산 압력을 받는 상황이야말로 현재 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비재량적 위험 요인”이라며 “투자자들은 눈앞의 높은 기대수익률만큼이나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었을 때의 하방 리스크를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