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외교 현장이 다시 한차례 거친 파고를 맞고 있다. 일본 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대만 유사 상황을 일본의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할 수 있으며 집단적 자위권 발동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출발점이다. 전후 일본 안보정책의 축이었던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넘어서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파장은 즉각적이었다.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 쉐젠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멋대로 들이받은 그 더러운 목은 망설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올렸다. 외교관의 통상적 언어범주를 벗어난 노골적 위협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중국 측 메시지는 ‘누가’ 발언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발언 주체는 대사나 외교부 대변인이 아니라 총영사다. 이는 중국이 최근 활용하는 ‘로우 레벨 메시징’ 방식과 결을 같이한다. 본국 외교부가 직접 나서지 않아 공식 외교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여론과 기업 네트워크가 밀집한 간사이권을 향해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구조다. 파급력과 부인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짧은 한 문장이 일본 정치권과 언론의 반향을 확대시켰다.
일본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이다. 수용국이 외교관을 추방할 수 있도록 빈 협약이 보장하는 조치로, 사유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일본은 이 카드 사용에 극히 신중했다. 1973년 김대중 납치 사건 당시 한국 외교관 추방, 2006년 코트디부아르 외교관의 국내법 위반, 2012년 시리아 대사 추방, 2022년 러시아 외교관 8명 추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주권 침해, 국제 공조, 상호주의 대응이라는 세 범주가 과거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전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 일본의 법질서를 직접 침해한 행위도 아니고, 동맹국과 공동 대응해야 할 국제적 참사도 아니다. 외교관의 위협적 발언이 내정간섭 소지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행위가 아닌 발언만을 근거로 최후의 조치를 취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일본 외무성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일본이 총영사를 추방할 경우 중국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 총영사를 대응 추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에 체류하는 기업, 교민, 유학생의 안전과 영사업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응은 단계적 조치가 유력하다. 우선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와 초치, 발언 삭제 및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절차가 예상된다. 중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본국 송환을 통한 자율적 조정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절차적 엄정함을 앞세워 상대의 과잉 대응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방식이다. 위협적 언동에는 감정적 맞대응보다 비용과 명분을 관리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언어적 충돌이 외교적 파장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양국 모두 외교적 비용을 계산하며 강경 대응을 주저하고 있지만, 발언의 성격상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규범과 실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과정이 향후 동아시아 외교 환경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