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 ‘AI6’와 ‘AI5’를 연이어 따내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4~5나노(㎚) 공정 수율 문제로 그룹 차원의 경영 진단까지 받았던 파운드리사업부가 글로벌 기술 시장의 주목을 다시 받고 있다.
이번 수주는 7월 체결된 차세대 AI6 칩(약 165억달러·23조6900억원 규모)에 이어 최근 AI5까지 추가로 확보한 결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AI5는 삼성전자와 TSMC가 함께 생산할 것”이라며 공급망 이원화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AI6에 이어 AI5까지 양산 라인에 포함됐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은 AI4·AI5·AI6로 이어지며, 2026년부터 적용될 AI5는 성능이 최대 40배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산칩과 함께 적층하는 온패키지(온칩) 기술을 적용, 실시간 영상 인식과 추론 속도를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업계는 삼성의 선단공정 기술력, 테슬라의 반도체 설계 내재화, TSMC의 가격 인상 등 세 가지 요인이 이번 수주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한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3㎚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 2㎚ 시대 경쟁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칩을 외부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검증을 강화하고 있으며, TSMC의 2㎚ 웨이퍼 가격 인상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