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한기련 나승도 회장 특별인터뷰
“AI와 신뢰가 만날 때, 한일 경제의 다음 60년이 열린다”
인터뷰어 | 송원서

요코하마 한국기업인연합회 (한기련)가 오는 11월 28일, 주일요코하마총영사관과 공동으로 ‘취업준비생을 위한 요코하마 진출 한국 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행사는 일본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과 청년 구직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민간 주도의 경제교류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의 중심에는 요코하마 물류 인프라를 개척한 1세대 기업가이자, KSE 국제익스프레스 대표로 AI 기반 물류혁신을 이끌고 있는 나승도 회장이 있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결국 사람의 신뢰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기술과 신뢰를 겸비한 글로벌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요코하마 한기련 초대 회장으로서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단순한 취업 정보의 장을 넘어, 한일 양국의 산업·문화·기술이 만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지는 기업설명회를 앞두고 나승도 회장을 만나, 요코하마 한기련의 설립 배경과 일본 시장에서의 AI 물류 전략, 그리고 한일 경제협력의 미래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Q1. 이번 기업설명회를 준비하시게 된 계기와 취지를 들려주십시오.
A1. 일본 현지의 한국 기업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협력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요코하마 한기련은 2024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출범했는데, 그 첫 결실이 이번 기업설명회입니다. 일본 대학생과 한국 유학생을 초청해 현지 한국 기업을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한 채용 행사가 아니라, 한일 양국의 산업과 문화, 기술이 교차하는 현장을 청년들이 직접 체감하도록 기획했습니다.
Q2. 행사에 참여하는 주요 기업과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2. 삼성전자 재팬, LG재팬연구소, 현대모빌리티재팬, 국제익스프레스 등 주요 기업들이 참가합니다.
1부는 개회사와 축사로 시작해 각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지고, 2부에서는 KOTRA가 ‘일본 취업 트렌드’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합니다. 3부에서는 기업별 부스 상담이 열리며, 참가자들은 현지 기업 인사담당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습니다.
요코하마라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현장감 있는 취업박람회’로 구성했습니다.
Q3. 요코하마 한기련이 이번 행사를 주최한다는 점이 의미가 큽니다. 설립 취지와 방향을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3. 요코하마는 일본이 세계로 문을 연 도시이자, 한국과의 교류가 시작된 항구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기업인들은 개별적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이제는 경험을 공유하고, 재일 한국 기업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차세대 한인 경영자들을 육성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사명감이 바로 요코하마 한기련 설립의 출발점이었습니다.
Q4. 회장님께서 이끌고 계신 국제익스프레스(KSE)는 이번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A4. KSE는 물류회사이자 기술기업입니다. 일본, 한국, 아시아 각국을 잇는 화물운송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AI 기반 물류 최적화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AI 물류의 실제 적용사례’를 주제로 시연과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화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경로를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공개하며, 물류가 단순 노동이 아닌 첨단 데이터 산업임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Q5. 일본 시장에서 AI 물류의 도입이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A5. 일본은 고령화와 인력난이 심각한 나라입니다. 물류 현장에서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사람의 기술을 시스템화’하는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숙련된 직원의 판단과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면 젊은 인력도 동일한 수준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AI를 ‘인간의 신뢰와 판단을 계승시키는 기술’로 봅니다.
Q6. 행사에는 일본 학생과 유학생이 함께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십니까.
A6. 한국 기업은 일본에서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입니다.
양국 청년들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보다 협업의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대에는 국적보다 전문성과 협력 능력이 중요합니다.
Q7. 한일 청년 교류나 창업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A7. 내년부터 ‘한일 청년 창업·인턴십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일본 현지 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 실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한기련은 일본 대학, KOTRA, 총영사관과 협력해 정기적인 취업 멘토링과 교류 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단기 취업이 아닌, 장기적인 커리어 네트워크 구축이 목표입니다.
Q8. 회장님께서 강조하시는 ‘AI 인재 양성’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습니까.
A8. KSE는 ‘데이터 물류 아카데미’를 신설해 전 직원이 AI 기초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류 담당자는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읽고 문제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AI 물류 체험 인턴십’ 프로그램도 준비 중입니다. 젊은 세대가 기술을 통해 물류 산업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Q9. 일본에서 35년간 활동하시며 얻은 경영 철학이 있으신지요.
A9. 기술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물류란 결국 ‘신뢰를 시간 안에 옮기는 일’입니다. 창고 하나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거래처의 신뢰와 직원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AI를 강조하지만, 기술은 사람의 신뢰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Q10.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지나, 앞으로 양국 경제협력의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A10. 이제는 ‘다음 6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정치적 환경이 변하더라도 경제와 사람의 연결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요코하마에서 한일 양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청년 세대가 기술과 사람, 신뢰와 데이터를 함께 이해할 때, 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습니다.
Q11. 최근 한일 기업 간 협력이 ‘탈정치적 실용협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11. 매우 긍정적입니다. 정치가 일시적이라면, 경제는 지속적입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배우고, 일본 기업이 한국의 속도와 혁신성을 받아들이는 시너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양국 협력은 감정의 시대를 넘어 ‘공존의 실용 단계’로 진입했다고 봅니다.
Q12.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요.
A12. 일본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 기업인, 그리고 양국 청년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 것입니다.
오늘 만남이 단순한 취업의 장이 아니라, 미래의 한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