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댄스컴퍼니 최수진대표 전격인터뷰
한국창작무용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가 3월 6일부터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수 댄스컴퍼니 대표이자 무용학 박사인 최수진은 원형 감옥 구조를 무대 위에 구현하며, 보이지 않는 감시가 어떻게 개인의 신체를 잠식하는지 풀어낸다. 국립무용단 단원 출신으로 창작과 교육 현장을 병행해온 그는 실천과 이론을 축적해온 안무가다 . 작품 개막을 앞두고 그의 창작 철학을 들었다.
Q1.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라는 제목이 강렬하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A1. 한 번의 경험이 이후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순간이 있다. 개에게 물린 기억이 있으면, 개를 다시 볼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감시도 그렇다. 한 번 각인된 시선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제목은 그 트라우마적 기억을 상징한다. 사회적 통제 역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몸에 남는다.
Q2. 작품의 핵심 키워드로 ‘파놉티콘’을 제시했다.
A2. 원형 감옥 구조는 간수가 없어도 죄수가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든다. 나는 이 구조가 지금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본다. 카메라와 데이터, 타인의 평가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한다. 외부 감시는 점차 내면화되고, 결국 자기 감시로 전환된다. 그 과정을 신체의 긴장과 반복 동작으로 풀어냈다.
Q3. 보이지 않는 감시를 신체로 표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3. 감시는 과장되지 않는다. 소리 없이 작동한다. 그래서 움직임을 최대한 절제했다. 반복적이고 정제된 리듬 속에서 억눌린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한국적 선이 분출된다. 통제된 환경에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Q4. 한국창작무용 형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4. 나는 전통춤을 사사하며 성장했다. 승무와 경기검무의 문법이 몸에 배어 있다 . 동시대적 주제를 다루더라도, 체화된 한국적 움직임으로 말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전통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것이다.
Q5. 학문적 연구가 창작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A5. 세종대학교에서 무용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무용 대중화와 공공성 증진 방안을 연구했다 . 무대는 예술가 개인의 표현을 넘어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본다. 감시라는 주제도 개인적 감정에 머물지 않고 구조적 질문으로 확장하고 싶었다.














Q6. 국립무용단 활동 경험은 어떤 자산이 됐나.
A6. 신인무용경연대회 특상 수상 이후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했다 . 집단 안에서 움직임을 맞추는 경험은 통제와 규율의 의미를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그 경험이 이번 작품의 군무 구성에도 영향을 줬다.
Q7. 수 댄스컴퍼니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A7. 전통 기반의 창작을 통해 동시대성과 만나는 것이 목표다. 지역 축제, 국제 초청공연, 올림픽 축하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작업해왔다 . 향토성과 국제성을 동시에 모색해왔다. 한국적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세계와 호흡하는 작업을 지향한다.
Q8. 이번 작품에서 무용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부분은.
A8. ‘시선을 의식하라’는 주문이었다. 실제로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의 눈이 있다고 상상하는 순간 몸은 달라진다. 어깨가 굳고, 동작이 줄어든다. 그 미세한 변화가 작품의 핵심이다.
Q9. 관객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
A9. 당신은 누구의 눈을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시선은 정말 타인의 것인가. 작품을 보고 나서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감시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Q10. 앞으로의 창작 방향은.
A10. 전통춤의 향토성을 국제적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물리적 힘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한국적 몸짓이 지닌 고유한 미감을 동시대 담론과 결합해 더 확장된 무대를 만들 계획이다.






최수진은 현재 국민대학교 콘서바토리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수 댄스컴퍼니 대표로 활동 중이다 . 30여 년간 무대만을 바라보며 걸어온 그의 질문은 단순한 안무를 넘어, 시대의 구조를 향한다. 3월, 원형 감옥 위에 선 무용수들의 몸이 또 한 번 관객의 내면을 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