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무라야마 담화’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공식 사죄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7일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1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사회당 출신으로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재임 중이던 1995년 8월 15일,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행위에 대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에게 다대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줬다”며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를 표명했다.
이 담화는 이후 역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계승돼 왔으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관계의 전환점이 된 역사적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무라야마는 일본 정치사에서 드물게 연립정권의 수장으로 사회당 출신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로, 자민당과 연립해 ‘55년 체제’ 이후 정치구조의 전환을 이끌었다. 퇴임 후에도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보수 정치”를 꾸준히 비판하며 평화헌법 수호를 주장해왔다.
한국에서도 그는 일본 정치인 중 가장 명확하게 사죄 의사를 밝힌 인물로 기억된다. 특히 2015년 담화 20주년을 맞아 “침략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유족과 장례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별세 소식에 일본 정치권은 “전후 평화주의의 상징이 떠났다”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