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는 세계 정치의 심장부라 불린다. 백악관과 미 연방의회가 자리한 이곳에서, 한인 사회가 펼치는 다양한 활동은 한미 양국의 가교를 이루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오랜 기간 한인 커뮤니티와 미국 정치권을 잇는 가교로 헌신해 온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글로벌특별위원회위원으로 활약하며, 워싱턴 지역의 한인 사회와 미국 정계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서옥자 교수다.
서옥자 교수는 워싱턴에 소재한 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상담심리학을 가르치며 미래 세대의 양성에 전념해 왔다. “교육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소중한 열쇠”라는 그녀의 철학은 그간의 이력에 잘 묻어난다. 부총장 및 교수직 (컬럼비아칼리지, 워싱턴침례대 등) 을 역임하며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쳤고,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유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국제학생 담당 디렉터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은 교단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워싱턴 정신대 문제 대책위원회’ 회장을 지내며, 45개가 넘는 미국 대학을 직접 돌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전하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더 나아가 미 연방의회에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해 공식 청문회를 열고, 결의안(House Resolution 121) 통과를 위해 다방면으로 교섭하는 등 한인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의회와 백악관, 한국 정부로부터 다수의 표창과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활동 반경이 넓은 서 교수는 현재 민주평통 글로벌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미국 내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 매진하고 있다. 그녀는 “민주평통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펼치는 외교·안보 정책을 알리고, 이를 지지해 줄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모으는 중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한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며 미 연방의회와 정치인들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직접 전달하는 동시에, ‘한미 국가 조찬기도회’ 행사를 주관해 한미 간 정치, 사회, 종교 지도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민간외교를 지속해 왔다.


서 교수에게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차이에 대해 묻자,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 정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하며 그 변화가 국제 질서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과 비용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은 한미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전통적 동맹 외교 기조에 따라 한국과 ‘함께 갑시다!’를 외치며 공조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3년 ‘워싱턴 선언’에서 발표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핵 공유 수준엔 이르지 못해 한국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서옥자 교수는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금, 한인 사회야말로 최고의 문화 외교관”이라며, 이런 문화적 동력에 정치·사회적 이슈를 얹어 공공외교를 적극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한인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에 대해 “이민 1세대가 이룬 경제적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주류 사회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치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인턴십 제공, 네트워킹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Council of Korean American” 등의 단체와 연대해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젊은 세대의 한인 정체성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인 사회는 인종 차별, 아시안 혐오 등의 문제부터 경제적·정치적 기회 확대까지 다양한 현안에 맞닥뜨리고 있다. 서옥자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한인 단체 간의 분열을 지양하고 연대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인 사회의 내부 결속이 공고할수록, 미국 정부와 주류 사회를 상대로 효율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K-팝 등으로 형성된 한류 열기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에는 분명한 자신감과 희망이 묻어난다.
올해는 한일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다. 서 교수는 “한일 양국 간에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갈등이 존재하지만, 안보·경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실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인 사회 또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역사인식을 잊지 않되, 한일 양국이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대화와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서옥자 교수는 한인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인 단체 간 갈등이 종종 발생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연합과 단합, 그리고 적극적인 정치·사회 참여를 통해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통과 함께 한반도 평화,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는 그의 당부는, 한인 사회 전체가 곱씹어볼 소중한 제안으로 다가온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그리고 그 너머로 뻗어나가는 한미 동맹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워싱턴에서 쌓아온 서옥자 교수의 교육·사회·외교 경험은 곧 한인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귀중한 나침반이다. 분열과 갈등보다는 화합과 협력을 택할 때, 그리고 젊은 세대의 주류 사회 진출을 적극 지지할 때, 한인 사회는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 우리가 이룬 성과를 우리 힘으로 지켜나가려는 의지가 모일 때, 한미 관계 또한 더 굳건해질 것이다. 서옥자 교수가 꿈꾸고 실천해온 길이, 더 많은 한인들에게 지향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인터뷰어: 송원서 (민주평통 글로벌특위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