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경영 정상화에 한발 다가섰다.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영업손실을 대폭 줄였고, 당기순이익도 6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새 기업 슬로건과 CI(Corporate Identity)를 발표하며 브랜드 혁신을 선언했다. 그러나 ‘남양’이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와 사모펀드 경영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남양유업은 최근 ‘건강한 시작’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업 이미지(CI)를 새롭게 공개했다. 고객 중심, 윤리경영, 일등품질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삼고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예측했던 사명 변경은 없었다. 김승언 대표는 “새로운 CI는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남양유업의 매출은 전년보다 4.4% 줄어든 9528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715억원에서 9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판매관리비를 약 550억원 절감한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당기순이익은 2억5000만원을 기록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새로운 경영진의 전략이 작용했다. 한앤컴퍼니는 대법원 판결로 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직후 이사회를 재편하고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아울러 저당ㆍ고단백 등 건강을 강조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슈퍼제로 락토프리’, ‘이너케어 뼈관절 프로텍트’, ‘불가리스 제로’ 등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며 젊은 소비층 공략에 나섰다.
비효율 사업 정리도 병행했다.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외식 브랜드 네 곳을 철수하고,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은 100%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로 분리해 집중 육성에 나섰다. 백미당은 리뉴얼을 거쳐 전국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영업손실은 줄었지만 여전히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며, 줄어든 매출도 회복해야 한다. 남양유업은 4월 1일부터 주요 음료 세 품목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지만, 소비자 반응은 불확실하다.
기업 이미지도 발목을 잡고 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과 2021년 불가리스 허위광고 사태, 3년 넘게 이어진 오너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은 브랜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여기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대주주인 점도 변수다. 최근 홈플러스와 락앤락 등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의 부진 사례가 남양유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경영 효율화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사모펀드 경영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남양유업은 과거 업계 2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브랜드 혁신을 본격화한 남양유업이 ‘남양’이라는 이름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