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가자 주민 이주’ 발언이 중동 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아랍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아랍연맹은 이를 “인종 청소”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요청했으며,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도 같은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가자 지구는 완전히 엉망이며, 해당 지역을 정리하고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 평화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약 150만 명의 가자 주민을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시사하며 “이곳은 수세기 동안 갈등의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의 강력 반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팔레스타인 측은 즉각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였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자신의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제안을 강력히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아바스 수반 역시 “가자 주민 이주 계획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번 제안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의 ‘나크바'(대재앙)를 떠올리게 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 이주를 당한 역사는 여전히 이들의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아랍권과 국제사회 비판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강제 이주와 퇴거는 명백한 인종 청소”라며 트럼프의 발언을 맹렬히 비판했다. 미국이슬람관계협의회(CAIR) 역시 이를 “위험하고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요르단과 이집트도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하며 주민 수용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극우 진영의 환영
반면, 이스라엘 극우 진영에서는 트럼프의 제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가자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새로운 터전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훌륭한 방안”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의 이번 제안은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중동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적 의견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중동 평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