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슬라이드, 일본 연금 재정 안정 장치로 작용
일본의 공적연금 지급액 억제 장치인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2004년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발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공적연금 수급액은 물가 또는 임금 상승률 기준으로 2.2% 인상돼야 하지만, 억제 장치 발동으로 1.9%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 슬라이드란?
2004년 연금 대개혁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일본의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연금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장치다. 지급액 인상률에 조정률을 반영해 물가 또는 임금 상승분 이하로 억제함으로써 연금 재정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임금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기본 인상률은 3.1%였지만, 조정률 0.4%포인트를 적용한 최종 인상률은 2.7%로 낮아졌다. 이는 일본 연금 재정이 100년 뒤에도 유지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내년 연금 수급액 증가폭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공적연금 수급액은 1.9%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본 인상률 2.2%에서 조정률 0.3%포인트를 차감한 수치다. 이에 따라, 40년 근속한 직장인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로 구성된 가구의 후생연금 수급액은 월 23만2711엔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없었다면 23만3396엔으로 더 인상될 수 있었던 만큼 월 685엔, 연간 8220엔이 억제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의 추가 방안
일본 정부는 재정 형편이 나은 후생연금의 거시경제 슬라이드 적용 기간을 늘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기초연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또한, 기초연금 수급액을 30%까지 높이는 정책도 검토 중이다.
거시경제 슬라이드의 한계와 미래
지난 20년간 연금 수급액이 상승한 해는 단 5번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던 탓이다. 임금이나 물가가 하락하면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연금액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은 제도의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장기적인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이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