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귀명 회장은 일본 사회에서 오랜 세월 동안 활발히 활동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양국 간의 문화 교류를 이끌어온 재일동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공공외교를 실천하면서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재일 대한민국부인회에서의 활동과 국제문화전통교실의 개설은 그녀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순간들이다.
패션을 향한 열정, 일본으로의 첫발
하귀명 회장은 1970년대에 한국에서 기성복이 흔치 않았던 시절, 기성복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대부분 맞춤복을 입었지만, 하귀명 회장은 기성복이 일상적인 일본의 패션 시장에 매료되었다. 이로 인해 1971년에 일본의 문화복장 학원에 입학하여 패션과 관련된 깊이 있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특히 인체 해부학적 사이즈 연구와 외국 패션 잡지를 참고해 패턴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이는 그녀가 한국에서 기성복 산업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되었다.

1975년, 학원을 졸업한 하귀명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기성복 회사에서 봉제 공장의 레이아웃을 연구하고, 상품 기획실장으로서 디자이너들과 함께 상품을 개발하며 활약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과 같은 주요 백화점에서 매장을 확보하는 등, 한국 기성복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그녀의 노력이 돋보인다.
가족과의 삶과 제주도에서의 새로운 시작
결혼 후 하귀명 회장은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하게 된다. 당시 시어머니의 병환으로 제주도에 정착했으나, 그녀는 가족을 돌보며 제주도의 새로운 환경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이는 그녀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녀는 1984년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를 정식으로 배우기로 결심한다.
이후 하귀명 회장은 남편과 자녀들을 일본으로 데려와 한 가족이 함께 일본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배운 일본어를 바탕으로 일본 사회에서 점차 자리를 잡았으며, 1986년에는 주식회사 우리물산을 설립해 김치 사업을 시작했고, 88올림픽을 계기로 당시 일본에서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을 기회로 사업을 확장시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김치뿐만 아니라 야키니쿠 가게, 이동판매차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첫 무연닥트 가게였다.

소개되어 붐을 일으켰다.
민단과 재일 대한민국부인회에서의 헌신과 국제문화전통교실의 개설
하귀명 회장은 일본에 정착한 이후 민단과 재일 대한민국부인회에서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1986년 민단 동경 시부야 지부에서 대한민국부인회 감사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부인회 동경본부 부회장 겸 총무를 역임하며, 부인회 활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2012년에는 재일 대한민국부인회 동경본부 회장에 당선되었고, 6년간 회장직 2기를 맡아 활동했다.
그녀는 회장으로서 재일동포 여성들이 한국 문화를 배우고, 일본 사회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국제문화전통교실을 개설하여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우고, 이를 일본에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 교실에서는 북춤, 가야금, 장구, 민요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예술을 가르치며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문화전통교실의 운영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귀명 회장은 교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노력했으며, 개설 당시에 아스카 신용금고와 김평북 고문, 김광일 회장 등으로부터 응원과 지원을 받았다. 그녀의 헌신 덕분에 국제문화전통교실은 재일동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동경한인성당에서의 활동과 교민 지원
하귀명 회장은 동경한인성당에서 사목회총회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녀는 성당을 중심으로 한인들이 일본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교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일본의 행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교민들을 위해 행정적인 도움을 주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알리는 등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귀명 회장은 성당이 단순한 종교적 모임을 넘어서,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이 서로 연결되고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러한 교민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그들의 정신적 지지자가 되었다.

일반사단법인 한일 문화예술교류협회의 설립과 양국 문화교류의 확대
하귀명 회장은 일반사단법인 한일 문화예술교류협회를 설립하여 한일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를 더욱 확대하고자 했다. 그녀는 특히 한일 관계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협회는 한국어, 서도, 회화, 북춤, 가야금, 장구, 서도 등 다양한 전통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양국의 문화 예술가들이 함께 교류하고 배우는 장을 제공했다. 그녀는 “20명의 이사님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협력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12월 5일에 첫 공연을 하고, 2024년 9월 11일, 그녀는 제 2회 한일문화예술교류 한마당을 개최하여 일본인과 한국인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본인 관객의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하귀명 회장이 오랜 기간 일본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리고, 일본인들이 한국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며
2025년은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하귀명 회장은 양국의 관계가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더욱 깊어지고, 두 나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한일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양국 간의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귀명 회장은 자신의 삶을 통해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문화와 예술이 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활동이 한일 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며, 그가 이루어낸 성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송원서 (민주평통 글로벌특위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