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가 4.1%를 기록하면서 10년여 만에 4%대 물가 시대를 맞게 됐다. 문제는 ‘고물가‘의 지속성 여부다. 지난해 10월부터 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3%를 넘어서긴 했지만 지난해 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물가가 4%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까지 얽히면서 물가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전개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당분간 물가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4%대 물가‘… 이제 시작일 수도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선 것은 수급 양쪽에서 압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측면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변수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고유가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유가 기조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가에‘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중 배럴당 83.5달러를 기록하다 2월 92.4달러, 3월 110.9달러까지 뛰어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달 물가상승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오름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공업제품이 전년동월 대비 6.9% 상승했고 개인서비스도 4.4% 올랐다.
물가의 악순환 가능성도 문제다. 유가 같은 일시적 공급요인을 제외하고도 물가가 기조적으로 오름세를 보일 조짐이어서다. 3월 물가지표 중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고 산출한 근원물가지수는 3.3% 올랐다. 2011년12월(3.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근원물가지수는 향후 물가흐름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고물가가 그만큼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고물가는 임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파른 물가상승을 들어 9160원인 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높여달라고 노동계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것이 실례다.
■’고물가 지속‘ 후폭풍 대책은
물가가 급등하면서 경기흐름 또한 악화되고 있다.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8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정책당국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물가상승과 경기 리스크가동시에 확대되는 상황이라 그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4%대 물가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점쳐진다. 한은 역시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개최, 당분간물가가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예상했다.
올해 연평균 유가 수준이 지난 2월 전망 당시 전제했던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3달러를 큰 폭으로넘어설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권 교체기이지만 정책조합 필요성이 대두된다. 만약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비용이 늘어날 서민지원책이 제시돼야 한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추진 중인 5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이나 대출규제 완화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김규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