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16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가 1년여 만에 역대 최저치로 돌아온 것이다. 한은은 지난 2016년 6월 1.25%로 낮춘 뒤 2017년 11월 1.50%로 올리기까지 1년 5개월간 역대 최저수준을 유지한 바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분위기와 함께 국내 경기부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은 입장에서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률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인 수출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한은 통화정책은 관망세로 바뀔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에 도달한 만큼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경기 측면에서 반등 요인이 생겼다는 평가다.
■지속된 경기 부진의 영향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이달까지 두 차례 금리를 내린 배경은 경기 상황에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 참석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시장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한은은 올해 4월 전망까지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지만 지난 7월 전망에서는 전망치를 2.2%로 큰 폭(0.3%포인트) 수정한 바 있다. 동시에 7월 금통위에서는 금리가 결정됐다.
특히 한은에서 우려했던 부분은 사상 최초 마이너스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로 보인다. 한은의 설립목적 중 하나가 ‘물가안정’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는 공급측 요인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도 크게 약화되다보니 ‘디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요측 물가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상승률은 1.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더욱 낮은 0.8%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근원물가 상승률 흐름도 연초 1%초반에서 등락하다가 지난 9월에는 반토막 수준인 0.6%까지 떨어졌다.
근원물가 하락은 우리 경제의 소비•투자•생산 등의 활동이 위축돼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외 여건 악화를 국내 수요 확대 정책을 통해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의한 글로벌 수요 부진이 나타나다보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수출이 줄고 생산 및 투자, 소비도 동시에 위축된 상황이다.
■당분간 통화정책은 ‘관망세’
한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당분간 금리수준은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가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중 무역협상에서 이른바 ‘미니딜’이 성사되면서 국내 경기도 반등의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과 중국은 미 워싱턴에서 지난 10~11일(현지시간)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25% 관세를 부과 중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물품에 대한 5%포인트 관세 상향을 보류키로 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400억∼5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고 금융서비스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기존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비해 긍정적의 결과가 나왔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 전반의 수요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 실물 경제 지표들도 함께 개선되면서 경제가 반등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현재 한은은 실효하한에 대한 고민도 가지고 있다. 실효하한은 경기부양을 위해 인하할 수 있는 금리의 마지노선이다.
실효하한 이하로 금리를 내릴 경우 자금유출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효과를 낼 수 없다. 시장에서는 실효하한을 1.00% 수준으로 본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하향 추세자체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한국 경기개선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할 경우 국내 기준금리 1.00%에 대한 믿음이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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