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에서 “지켜보자”로 인식 변화
대화 틀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일단 대기
4일 북미 예비접촉 후 5일 본 협상 진행
북•미 실무협상을 위한 양측의 예비 접촉이 4일 벌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도발에 대해 “미국은 곧 북한과 대화를 한다. 지켜보자”는 반응을 내놨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일 북한이 SLBM 북극성-3형 발사 이후 처음으로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도발이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10차례에 달했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음녀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3대 핵 전력 중 하나로 꼽히는 SLBM 도발의 심각성이 이전 도발과는 격이 다름에도 우선 북•미 협상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낸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도 북한의 이번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도발 직후 유엔은 북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고,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북한의 SLBM 도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론을 편 것은 아직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는 않았다는 판단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틀을 깨버릴 정도는 아니고 예정대로 대화를 해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단거리였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었다면 이번에 “지켜보자”는 발언은 그 역시 이번 SLBM 도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한 인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SLBM 도발로 미국과의 대화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핵 무력을 강조하면서, 향후 비핵화의 방향을 좌우할 이번 실무협상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북한과 미국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비 접촉에 나서 탐색전을 펼치고 오는 5일에는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들어간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이고, 이번 협상이 순조롭게 돌아갈 경우 현재 꽉 막힌 비핵화 시계도 다시 트일 가능성이 있다.
양측의 예비접촉 결과에 따라 5일 실무협상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고, 본 협상이 연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실무협상의 최대 쟁점은 비핵화 로드맵 구성, 비핵화의 최종상태와 비핵화의 정의를 분명히 밝히는 것, 이에 따른 상응 조치에 있다.
현재 협상이 열리는 스톨홀름에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리 도착해 있다.
그는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스웨덴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며 낙관적 태도를 견지했다.
이날 열리는 북•미 간 예비접촉에 어떤 인물들이 마주 앉을 지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예비접촉에서는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이 유력하고, 본 협상은 김 대사와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뉴스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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