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年 12月 月 02 日 水曜日 2:0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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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미래의 주역들에게 맡긴다…규슈 지역에서 4년 만에 한국 수학여행 재개 결정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미래의 주역들에게 맡긴다
-후쿠오카시립 하코자키중학교, 규슈 지역에서 4년 만에 한국 수학여행 재개 결정-

지난달 후쿠오카에 사는 지인이 매우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후쿠오카시립 하코자키중학교 학생 150명이 내년 5월에 한국 순천시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의 최남단인 규슈 지역은 한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한일 국제교류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영토, 과거사 문제와 정치적 이슈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규슈 지역에서의 한일 교류 활동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규슈 지역 공립중학교의 한국 수학여행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등의 여파로 그 수가 점차 감소하다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로 한일 관계가 급랭하면서 2016년도 히사야마중학교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다. 이번 하코자키중학교의 한국 수학여행 파견 결정은 중단 4년 만에 재개된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지만, 정부의 기조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교육위원회의 승인을 이끌어냈다는 것,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한일 양국 관계 속에 자녀를 한국으로 보내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양국 관계가 더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순천시와 후쿠오카시 지역사회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만든 성과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순천시와 후쿠오카시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4년도부터 추진된 양국 학생들의 홈스테이 교류 사업이다. 후쿠오카한국교육원장을 역임하였던 당시 순천시 동산여자중학교 김광섭 교장은 미래의 한일 관계에 가교역할을 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당시 후쿠오카한국교육원이 위치하고 있던(현재는 나라야마치로 이전) 후쿠오카시 히가시하코자키 교구(학군) 내 하나다 켄지 공민관장, 그리고 바바 코지 교구자치연합위원회장에게 양국 학생들의 홈스테이 교류를 제안하였다.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하나다 공민관장과 바바 위원회장은 곧바로 지역주민 대표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개최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양국 간의 문제 등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미래의 주역들을 위한 사업임을 지속해서 설득하였고, 마침내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주민들의 동의를 받은 하나다 공민관장과 바바 위원회장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 학생들을 맞아들일 준비에 착수하였다. 하나다 공민관장과 바바 위원회장, 그리고 후쿠오카한국교육원 이병윤 원장(당시), 하코자키중학교 니시무라 카즈아키 교장(당시), 츠치모토 미와 국제교류위원이 준비위원으로 위촉되었고, 당시 후쿠오카한국교육원에서 근무하던 필자가 하코자키중학교 학생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이해 등 국제이해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2015년 1월, 한국에서 3명의 학생이 후쿠오카에 방문하였고, 그 해 8월에는 일본에서 3명의 학생이 순천을 방문하였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데다 냉랭한 양국의 분위기 등으로 일회성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회의감과 우려가 뒤섞였지만, 사업은 거센 비바람을 견뎌내며 어느덧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직접 참가한 학생만 30명이 넘었고, 필자의 특강에 참가한 학생과 지역주민은 누적 인원만 5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다 학생의 학부모를 포함한 지역주민, 그리고 유관기관 관계자까지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를 바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는 두 학교 모두 새 교장이 부임하였다. 다행히 양교 교장 모두 이 사업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업은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가 이케다 마사히로 신임 하코자키중학교 교장이 2018년 8월, 순천시와 동산여자중학교를 처음 방문하게 되면서 한국으로의 수학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이케다 교장은 한국의 세련된 학교시설, 한일 관계가 냉각되었다고 믿기 힘들 만큼 따뜻하게 환영해준 한국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환경보호 의식이 일본보다 앞서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하면서 이를 홈스테이 교류 사업에 선발된 몇 명에게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학생 모두에게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케다 교장은 수학여행 실시를 위해 교육위원회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승인 결정을 받았다. 그리고는 학부모 대상으로 수학여행 설명회를 개최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학부모들의 찬성을 이끌어내었다.

하코자키중학교 수학여행은 2020년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며, 2학년(2019년 현재 1학년) 학생 150명이 순천을 방문하게 된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과 낙안민속촌을 견학하고, 동산여자중학교(교장 조창영) 학생들과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는 등의 각종 교류 활동도 예정되어 있다. 돌아와서는 소감을 발표하고 국제교류에 대한 생각을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한국어로 인사하기 등의 기초 한국어 학습을 시작하였고, 유튜브 등을 통해 K-POP, 음식, 패션, K-Beauty 등의 한국문화를 접하며 친구들과 한국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케다 교장은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어린 학생들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필자는 작년 말 후쿠오카를 떠나 지금은 도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후쿠오카를 떠나는 순간까지 지원하였던 학생 교류 사업이 ‘수학여행’이라는 큰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지금도 이 사업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관계자들을 응원하며, 부디 이 사업이 냉각된 한일 관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동준 (대전광역시 도쿄통상사무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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