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을 둘러싼 민사소송이 제기 8년8개월 만에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는 2월12일 회고록의 허위 내용으로 5·18 관련 단체와 인물들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인정하고 7000만원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소송은 2017년 6월 5·18기념재단 등 4개 단체와 조영대 신부가 제기했다. 쟁점은 회고록에 담긴 5·18 민주화운동 관련 서술의 사실 여부와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평가였다.
조영대 신부는 광주대교구 소속으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다. 조비오 신부는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내란음모 혐의로 투옥됐던 인물로, 생전 5·18 왜곡 문제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조 신부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으로 표현한 대목이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소송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5·18 왜곡 자체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특정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1심은 2018년 9월 회고록의 60여 개 표현을 허위로 판단하고 총 7000만원 배상을 명령했다. 이후 항소심은 형사재판과 진상규명 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지연됐고, 2021년 전두환 사망 이후 소송 승계 절차까지 겹치며 장기화됐다. 결국 대법원이 원심을 유지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조영대 신부는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면서도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재판 지연을 두고 사법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인 명예 회복을 넘어 5·18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역사 왜곡 콘텐츠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5·18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온라인 콘텐츠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처벌 수위 역시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 신부는 “앞으로의 과제는 보복이 아니라 기억의 보존”이라며 “다음 세대가 왜곡 없이 역사를 이해하도록 하는 사회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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