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며 국가 차원의 투자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두 나라가 동시에 예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일본은 올해 AI 예산을 1969억엔(약 2조원)으로 확정했다. 전년 대비 67% 이상 늘어난 규모로, 당초 예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번 증액의 배경에는 지난 6월 제정된 ‘AI 추진법’이 있다. 일본 최초의 AI 특화 법률로, 총리 직속 ‘AI 전략본부’ 설치와 국가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민간 투자와 활용 수준이 세계 주요국보다 낮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다.
한국은 내년 AI 예산을 10조1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3조3000억원에서 세 배 이상 확대된 수치다. 핵심은 컴퓨팅 자원 확충이다. 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총 5만장 규모의 인프라를 확보하고, 산업과 공공부문에 AI를 적용하는 ‘AX-Sprint 300’ 프로젝트에도 9000억원을 투입한다. 복지·납세·재난 대응 등 공공서비스 AI 전환에도 2000억원이 배정됐다.
양국은 인재 양성과 미래 연구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 고급 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범용 인공지능(AGI) 프로젝트, 버티컬 AI 연구센터 설립에 나선다. 일본은 제도와 재정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으로 혁신 촉진과 부작용 대응을 동시에 추진한다.
한편 중국은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3981억위안(약 80조원)으로 늘리고, 지방 정부와 민간까지 포함하면 4조위안(약 800조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전망이다. 미국과 함께 AI ‘양강 체제’를 굳힌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 차원의 ‘쩐의 전쟁’에 뛰어든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