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학살 102주년 도쿄 추도식…“망각은 비극을 낳는다”

간토 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이 올해도 도쿄에서 열렸다. 9월 1일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린 102주년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일본 사회가 여전히 학살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를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1974년부터 매년 추모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위원장 미야가와 야스히코는 “지진으로 숨진 이들과 학살당한 이는 분명 다르다”며 “비극의 과오를 직시하고 외국인과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23년 간토 대지진 직후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됐고, 이로 인해 약 6000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9년 연속 추도문 송부를 거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0명이 참석했으며, 재일 교포 사회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흰 한복 차림으로 큰절을 올리고 승려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재일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는 “망각은 같은 비극을 낳는 토양”이라며 학살 역사의 기억과 전승을 호소했다.

오후에는 조총련과 민단 도쿄본부가 각각 별도의 추도식을 마련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김장현 공사는 “희생자 수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성찰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