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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전 도쿄특파원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3.11)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집중 조명한 『네오콘 일본의 탄생-3.11은 왜 일본을 바꾸지 못했나』(너머북스)를 출간했다.
서의동 저자는 2011년 3월 초부터 2014년 4월까지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일본이 겪은 역사적 전환기를 목격했다. 이 시기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전역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수십만 시민들이 탈원전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던 격동의 시간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 사회는 3.11을 2차 세계대전 패배에 맞먹는 역사적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도쿄 도심은 탈원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연일 열렸고, 많은 일본인들이 아이들이 안심할 수 있는 ‘작고 안전한 나라’를 염원하며 국가 재편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3.11은 일본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아베 신조 전 총리로 대표되는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이 집권하며 일본은 보수화와 우경화의 길로 급격히 선회했다.
서의동은 3.11이 일본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를 찾기 위해 1990년대 탈냉전 이후 30년간 일본 정치와 사회의 변화를 재조명했다. 경제 거품 붕괴 이후 불황과 사회 불안 속에서 청년층이 전후 평화체제에 반감을 갖게 됐고, 여기에 역사수정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일본 사회가 우경화됐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갈등, 한국과의 역사 갈등 등 외교적 마찰이 보수 세력의 결집을 가속화했다는 점도 짚었다. 리버럴 정당인 민주당이 2009년 집권했으나 무능과 내부 갈등으로 인해 불과 3년 만에 몰락하면서 진보·중도 세력은 사실상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서의동은 현장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일본의 우경화 과정을 ‘내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고찰했다. 특히 2012년 말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아베 2기 내각이 일본을 일국 평화주의 국가에서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국가로 변화시킨 과정과 그에 따른 한일 갈등도 면밀히 분석했다.
저자는 이 책이 “오늘날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며 출간 소회를 밝혔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으로, 서의동의 책은 한일 관계와 일본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는 데 시의적절한 자료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