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쿄에서 열린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리셉션’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전직 총리 3명을 비롯한 일본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례적인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이날 도쿄 뉴오타니호텔 행사장에는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기시다 후미오, 스가 요시히데, 하토야마 유키오 등 전 총리 3명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내각 서열 2위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3위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4위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등 내각 주요 인사들과 자민당, 입헌민주당, 공명당 등 여야 의원 100여 명도 참석했다.
특히 일본 현직 총리가 해외 순방 직후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사관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은 외교적 상호주의 원칙을 깨는 전례 없는 일로 평가된다. 일본 외무성은 당초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만 보낸 것을 고려해 이시바 총리도 영상 메시지로 대신하려 했으나, 결국 총리가 직접 참석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이시바 총리는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출생률 저하, 지방 활성화 등 공통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웃으로서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며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양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전 총리 역시 “60년은 사람의 환갑과 같은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한일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기원했다.
이 같은 일본 측의 파격적인 움직임은 이달 초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야당 시절과 달리 적극적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등 ‘일본 중시’ 메시지를 낸 데 따른 화답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정상 통화를 중국보다 일본과 먼저 하고,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협력을 강조하면서 일본 정계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 바 있다.
현장의 일본 측 참석자는 “천황 주관 행사도 아닌데 내각 서열 최상위 장관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며 “한일관계를 진정으로 중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명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국 측에서는 주호영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윤재옥, 민홍철 의원 등 여야 정치인 10여 명과 기업인, 재일동포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일 관계의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다음 관건은 셔틀외교 재개 여부다. 현재 한일 양국은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후 8월 말에서 9월 중 이시바 총리가 서울을 방문하고, 이 대통령은 이후 도쿄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 때 답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