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은 역사적인 순간을 기다리는 긴장과 흥분으로 가득했다. 저녁 6시 8분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인파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시 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의 ‘강복의 발코니’에 나타난 새 교황은 ‘레오 14세’로 호명됐다.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8)으로,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이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레오 14세는 발코니에서 군중을 향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감격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레오 14세의 모습이 드러나자 광장에선 “파파!(교황)”와 “레오네!(레오)”를 외치는 환호가 울려 퍼졌다. 각국에서 모여든 신자들은 자국의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새 교황은 떨리는 목소리로 첫 공식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모두에게 열린 교회, 모두를 받아들이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며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포용 정신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미국에서 온 매뉴얼-조세핀 곤살레스 부부는 예상하지 못한 자국 출신 교황 선출 소식에 놀라워하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자비와 평화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교황 선출 과정에서도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인파가 흰 연기 신호를 기다리던 중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날아든 갈매기 가족이 시선을 끌었고, 이들이 날아오른 순간 연기가 피어올라 군중의 흥분을 자아냈다.
지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첫 남아메리카 출신으로 선출된 이후, 이번에 북아메리카 출신 첫 교황이 등장하면서 다음 교황 선출에 아시아나 아프리카 대륙 출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이날 바티칸 광장에선 한국의 태극기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 국기도 눈에 띄었다.
한편, 133명의 추기경이 참여한 이번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는 개시 이틀째인 이날 89명 이상의 압도적 지지로 빠르게 새 교황을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