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첫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주 예정된 한미 경제 협상에서도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일본 무역 대표단과의 만남은 큰 영광”이라며 “큰 진전”이라는 표현을 남겼으나, 실질적인 합의보다는 원론 수준의 공감대만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50분 면담에 이어 미 재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과도 75분간 협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주목된 부분은 방위비에 대한 언급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미국 측이 관세 인하 요구에 대응해 안보 문제를 연계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예정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방미 일정 중 열릴 한미 협상에서도 미국이 관세 문제를 방위비 분담과 연계해 한국 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사례처럼 최 부총리와 직접 면담할 경우, 협상 전선은 보다 복잡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압박 카드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 속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을 상대로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중국산 제품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세컨더리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는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를 차단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1399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입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중국산 우회 수입 가능성을 이유로 관세 부과를 요청할 경우, 한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관세 협상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미국 측이 90일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지만, 일본으로서는 교섭 향방이 불투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쉽지 않은 협상이었으나 다음 협의로 이어질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잇단 관세 조치에 반발하며, 오는 23일 유엔 안보리 비공식 회의를 소집해 관련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다자주의 훼손 문제를 논의할 플랫폼으로 안보리를 활용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