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수신료 통합징수법’이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17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최종 통과됐다. 헌법상 재의결 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한 것으로, 국민의힘에서도 약 20표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이 투표수 299표 중 찬성 212표, 반대 81표, 기권 4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지난해 12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이 법안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로 다시 국회에 상정됐으나, 결국 재표결을 통해 효력을 얻게 됐다.
이 법안은 2023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데 반발해 추진됐다. 당시 대통령실의 권고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이 개정되면서 KBS와 EBS의 수신료는 한국전력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분리돼 별도로 징수됐다. 이로 인해 수신료 수입이 335억 원 줄고 징수 비용은 203억 원 증가하면서 KBS 재정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
법안이 재의결되자 KBS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KBS 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이 방송산업 생태계 전반의 재정과 제도적 안정을 위한 결단을 내려준 데 감사한다”며 “공영방송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는 KBS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이번 통합징수법 통과는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작”이라며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신료 제도 정상화를 통해 KBS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은 재표결에 유감을 표했다.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수신료 결합징수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과오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해당 시행령 개정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3인 체제를 보장하는 ‘방통위법 개정안’ 역시 반대한 바 있으며, 이 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192표 찬성, 104표 반대로 부결돼 폐기됐다.
이번 국회 재표결을 통해 수신료 고지·징수 방식은 다시 통합 형태로 되돌아가며,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는 시스템이 재도입될 예정이다. 공영방송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재정 기반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