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일본 도쿄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씨의 모친 신윤찬 씨가 일본 정부로부터 욱일쌍광장을 수훈했다. 이수현 씨의 부친인 고 이성대 씨에 이어 신 씨까지 훈장을 받으며, 일본 정부가 부부에게 각각 훈장을 수여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16일 도쿄 아르카디아 이치가야 호텔에서 열린 수훈 축하 행사에는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정재욱 회장과 김일 이사장 및 교민대표와 일본인 관계자, 한일 교류 인사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약 10만 원의 회비를 자비로 부담하며 이 자리에 함께했다. 축하회에서는 고 이수현 씨의 의로운 행동을 기리는 영상과 함께, 그가 설립에 기여한 LSH아시아장학회를 통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감사 메시지도 상영됐다.
신 씨는 이날 행사 전 인터뷰에서 “아들의 사고 이후 주부였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일본에서 온 2000통 가까운 편지에 감동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고, 깊은 우울증 속에서도 일본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남편 이성대 씨는 사고 이듬해 일본에서 모인 조의금을 바탕으로 LSH아시아장학회를 설립했다. 이 장학회는 매년 일본에 유학 중인 아시아 국가 학생 50~6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으며, 지금까지 약 1200명이 이 혜택을 받았다. 이성대 씨는 2019년 작고했으며, 이후 신 씨가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신 씨는 훈장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과연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훈장은 단지 개인이 아닌, 한일 교류를 위해 함께 힘써온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아들이 한일 우호의 1인자가 되겠다는 글을 남기고 갔기에 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 길을 계속 가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이자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축사를 통해 “한일의 가교가 된 이수현 씨의 용기, 그리고 그의 뜻을 이어 일한 청소년 교류에 헌신해 온 부친과 모친의 노력이 오늘의 결실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아카몬카이일본어학교 아라이 도키요시 이사장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에 부친이, 60주년에 모친이 훈장을 받은 것은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중앙회 회장도 “오늘의 우호적인 한일 관계는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졌으며, 그 고귀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