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하동을 휩쓴 산불은 대원 넷의 목숨을 앗아갔다. 숨진 이들은 60대 계약직 진화대원 셋과 이들을 이끈 30대 공무원 한 명. 이들 모두 산불 진화 전문요원이 아닌, 일당 8만 240원을 받는 단기 계약직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장비는 황당할 정도로 부실했다. 불길을 막으러 간 사람들의 머리에는 소방용 헬멧이 아닌 건설 현장에서 쓰는 안전모가 씌워져 있었다. 등에는 10리터짜리 물통 하나가 메어졌고, 손에는 낙엽 긁는 불갈퀴가 전부였다. 불길이 몰아치는 산 속에서 이들을 지켜줄 방화복도, 방염 텐트도 없었다. 훈련도 고작 10시간.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의의 사고가 아니다. 구조적 무관심과 방치가 불러온 ‘예견된 참사’다. 전국 진화대원 9600여 명 중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자이며, 강원 지역 평균 연령은 62세에 이른다. 일부 지역은 68세를 넘긴 대원이 다수를 이룬다. 젊은 세대는 위험하고 처우가 열악한 이 일자리를 기피하고, 결국 인력난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령자 채용 기준을 오히려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산불 현장에는 체력시험도 없이 투입된 노년의 대원들이, 건설용 헬멧 하나에 의지한 채 돌풍 속으로 들어간다. 생존자들은 “등짐펌프로 불을 막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고, 일부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유족들과 시민들은 분노했다. “이건 재난이 아니라 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를 산업재해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수습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크다. 진화대원의 고령화 구조, 미비한 안전장비, 불안정한 고용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국가 차원의 산불 대응 시스템과 예산이 없다. 지방에 떠넘긴 결과는 늘 누군가의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산불을 잡기 위해 죽음과 마주선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도, 존중도 없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다음엔 또 누구의 이름이 조용히 뉴스에 오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