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중국이 금세기 최대 위협”(J D 밴스 부통령)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내지만, 실제 정책에선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 행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NBC는 19일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주일미군 확장 계획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약 5만5000명 규모인 주일미군은 주한미군(2만8500명)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는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미국은 최근까지 주일미군 재편, 통합군사령부 신설, 일본 자위대와의 협력 강화에 집중해 왔지만, 이 같은 기조가 흔들릴 조짐이다. 일본 언론들은 “주일미군 창설 이래 가장 큰 변화”라고 분석했으며, 미 의회 내에서도 “의회와의 조율 없는 해외 미군 감축은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을 겨냥해 2021년 출범한 안보동맹 오커스(AUKUS)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미온적인 태도가 논란이다. 미국, 영국, 호주가 참여한 이 동맹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 계획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오커스를 논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고, 호주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국내에서도 “잠수함 생산 속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오커스는 무의미하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국방 전략의 두뇌 역할을 해온 총괄평가국(ONA)의 해체도 논란이다. ONA는 1973년 창설 이후 군사·기술·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설계해온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로, 고(故) 앤드루 마셜이 40여년간 이끌며 중국 부상과 군사기술 혁신을 예측한 바 있다. 국방부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적 사고 역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방 정부 구조조정 여파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도 약화되는 양상이다. 국제개발처(USAID)는 사실상 마비됐고,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중국 인권 문제를 알리던 매체는 존폐 기로에 놓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VOA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비꼬며 반기는 분위기다.
트럼프는 방위비 문제를 이유로 나토(NATO) 회원국들과 충돌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정 문제를 이유로 G20 참석을 보이콧하는 등 다자 협력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외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미·중 경쟁에서 미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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