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피폭국인 일본 정부가 핵무기금지조약을 외면하고 있다. 피폭자로서, 일본 국민으로서 정말 부끄럽다.”
히로시마 원폭 사고 생존자인 다나카 사토시 니혼 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이사가 지난 1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회관에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만나 일본 정부의 핵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14만 명이 즉사하고, 이후 26만 명이 피폭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태어난 지 17개월이었던 다나카 씨는 원폭 피해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남았다. 이후 다섯 차례의 암을 겪으면서도 원폭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나카 씨는 일본 정부가 ‘핵무기금지조약'(TPNW)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7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TPNW는 핵확산금지조약(NPT)보다 강력한 조치로 모든 형태의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조약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공식적인 핵 보유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사실상의 핵 보유국은 불참했다.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는 일본과 한국 역시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조약 가입을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다나카 씨는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폐기의 선두에 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최소한 옵서버(발언권은 있으나 의결권 없음)로라도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폭의 역사 전해야 핵 반대 의식 유지 가능”
다나카 씨는 핵무기 반대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폭 피해의 역사적 경험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피폭자 2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모로부터 피폭 경험을 들은 경우 핵무기 반대 입장이 뚜렷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핵 개발을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이 과거 전쟁 가해국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에서 피폭 피해를 이야기하면 ‘일본은 전범국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피폭자 운동을 하면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책임과 한국을 식민지 지배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핵 보유국, 스스로 폐기 노력해야 설득력 생긴다”
다나카 씨는 현재 국제사회의 핵무기 감축 노력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핵무기를 가지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존 핵 보유국들이 먼저 핵을 폐기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핵 보유를 원하는 국가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그는 일본 정부가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피폭자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