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물려주는 총재산 기준이 아닌, 상속인들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는 2028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행 상속세는 누진세 체계를 따르고 있어 상속 재산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되면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져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중산층 및 다자녀 가구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 이유와 변화점
정부는 상속세 과세체계의 합리화를 위해 유산취득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는 상속인이 받는 재산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아,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納稅者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OECD 38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국도 선진국처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개편안 주요 내용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인적공제 방식도 개별 상속인 기준으로 전면 개편된다. 기존에는 전체 상속액에서 5억 원을 일괄공제했지만, 이를 폐지하는 대신 자녀공제를 기본공제로 삼고 기존 5000만 원에서 10배 증가한 5억 원까지 상향 조정한다. 배우자 공제는 최대 30억 원을 유지하면서도 법정상속분을 초과해 최대 10억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도록 조정된다.
또한, ‘인적공제 최저한도’를 설정해 상속재산이 10억 원 미만인 경우 부족분만큼 추가 공제해주는 방안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가구의 경우 20억 원까지는 상속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다자녀·중산층 가구 혜택 기대… 야권 반발 변수
유산취득세 개편으로 인해 다자녀 가구와 중산층 이상의 가구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는 자녀 수와 관계없이 일괄공제 5억 원이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자녀 1인당 5억 원의 공제가 가능해져 자녀가 많을수록 세 부담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이 15억 원의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10억 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자녀 1인당 5억 원의 공제가 적용돼 과세표준이 0원이 된다. 이에 따라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반면, 야당은 이번 개편안을 ‘부자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약 2조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전망과 쟁점
정부는 오는 5월 국회에 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기업 승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세율 인하(50% → 40%)’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을 추진했으나,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야당은 최근 2년간 9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유산취득세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산취득세 개편이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생전에 이미 소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한 재산에 부과되는 것이므로, 소득·증여세와의 연계성을 고려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상속세 부담이 완화되는 가구가 늘어나겠지만, 세수 감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