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자산 100배 성장… AI 기업 ‘딥시크’ 창립으로 글로벌 시장 흔들어
2015년, 중국 청두의 작은 아파트에서 세 명의 청년이 알고리즘을 활용한 퀀트 헤지펀드를 창립했다. 10년 후, 이 중 한 명은 세계 AI 시장을 뒤흔든 ‘딥시크(DeepSeek, 중국명 深度求索)’의 창립자로 거듭났다. 그의 이름은 량원펑(梁文锋·40).
량원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투자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실현하며, 2015년 ‘하이플라이어(High-Flyer, 중국명 幻方)’를 창립했다.
퀀트 헤지펀드에서 AI 기업으로… 혁신의 길을 열다
하이플라이어는 AI를 적극 활용해 주식 투자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 2016년 GPU 기반 주식투자를 도입했고, 2017년부터는 대부분의 투자 상품에 AI를 접목했다. 그 결과, 2016년 10억 위안(약 2,000억 원)이던 운용 자산 규모는 2019년 100억 위안(약 2조 원), 2021년에는 1000억 위안(약 20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4대 퀀트 헤지펀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하이플라이어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21년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는 위기가 됐다. 량원펑은 이를 계기로 기술 혁신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기존 금융 시장에서 쌓은 AI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3년 AI 연구 및 개발에 특화된 기업 ‘딥시크’를 창립했다.
AI 혁신 선도… 글로벌 시장에 충격파
딥시크는 설립 초기부터 AI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2021년부터 대규모 NVIDIA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며 자체 딥러닝 플랫폼을 개발했다. 량원펑은 10억 위안을 투자해 엔비디아 A100 GPU 1만 개를 확보하며 AI 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이 전략은 2022년 미국의 고성능 GPU 수출 규제 이후 딥시크의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딥시크는 기존 AI 연구기관과 달리 개방형(Open) AI 모델 전략을 택했다. 오픈AI, 구글이 독점적인 폐쇄형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달리, 딥시크는 AI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AI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으며, 일부 국가는 정보 보안 우려로 딥시크의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2025년 1월, 딥시크는 AI 모델 ‘R1’을 출시하며 전 세계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R1 모델은 단 2,000개의 NVIDIA H800 GPU로 600만 달러 미만의 비용으로 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AI 모델 대비 비용 효율성이 월등하며,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야심가 량원펑, AGI를 향한 도전
량원펑은 현재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며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중국 IT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오픈AI는 신이 아니며, 항상 앞서나갈 수 없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퀀트 투자로 쌓은 자본을 바탕으로 AI 혁신을 선도하며, 량원펑은 미래 기술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딥시크 쇼크’는 단순한 AI 경쟁이 아닌,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