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서 (일본 슈메이대학교)
캘리포니아는 매년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번 엘에이 산불은 사상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디어는 주로 이를 기후변동과 산타 아나 바람 탓으로 돌리지만, 과연 그것이 유일한 원인일까? 왜 캘리포니아만 유독 건조하고, 산불이 잦은 지역이 되었는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동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왜 캘리포니아 같은 특정 지역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겪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몇 년 전까지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한파나 극심한 추위 같은 지구온난화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후변동’ 또는 ‘이상기후’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동이라는 틀 안에 모든 문제를 포함시키려 하다 보니, 실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산불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기후변동이 아니라 과도한 농업 활동과 물 소비에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대 농업 지역 중 하나로, 농업에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한다. 물 자원의 과도한 사용은 강이 마르는 것은 물론, 지하수 고갈과 지반 침하까지 초래했다. 이는 기후 자체의 변화보다 훨씬 더 심각한 환경 불안정을 낳았으며, 캘리포니아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으로 변질시켰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물이 타주나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자체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귀중한 수자원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생수 판매와 수출로 인해 캘리포니아는 더욱 심각한 물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산불은 대규모의 열기를 발생시키며, 이로 인해 강력한 상승기류가 형성된다.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그 아래에 공기 부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주변에서 공기가 이동해 오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느끼는 바람이 바로 이 이동하는 공기다.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산타 아나 바람’도 이 메커니즘의 일부로, 산불로 인해 형성된 상승기류가 바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 강한 바람은 다시 산불을 확산시키며, 이 악순환은 더 큰 파괴를 초래한다. 그렇게 때문에 미디어에서 전문가에게 “이 바람이 언제 잦아들까요?” 라고 묻는 질문은 “이 산불이 언제 진화될까요?” 라고 묻는 것과 같다. 이틀 후 에는 이 악마의 바람이 잦아들 것이라고 하던 기상 전문가의 대답은 빗나갔다. 산불은 더 거세졌고, 그로 인해 더 센 바람이 불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산불 이후의 관리다.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와 자산 보상이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산불로 인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산불 진화를 위해 해수를 뿌린 숲은 생태계가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바닷물의 염분은 이미 말라 있던 나무를 완전히 고사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아주 적은 강우만으로도 산사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결국 이번 산불로 인해 또 다른 재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애초에 이렇게 건조한 지역에서 지나친 농업을 허용하거나 산 꼭대기까지 주택을 짓는 일이 과연 적절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엘에이 산불로 인해 나의 친구들도 피난길에 올랐고, 극도의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엘에이 산불의 원인으로 물 부족을 지적했던 것은 매우 타당한 지적이었다고 본다. 과도한 물 사용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음은 명백하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호주, 브라질,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대규모 농업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농업으로 인한 물 부족과 생태계 파괴는 산불 발생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든다. 이 문제를 단순히 기후변동의 결과로 치부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산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 농업 활동 제한: 농업에 사용하는 물의 양을 줄이고, 과도한 대규모 농업을 제한해야 한다.
- 생수 수출 및 타주 이동 금지: 캘리포니아 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 지하수 관리 강화: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을 규제하고, 수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 산불 이후 복구 계획 수립: 산불로 인해 손상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산사태와 같은 2차 재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산불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절망에 빠졌다. 잘못된 원인 진단은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비극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기후변동이라는 틀 안에 갇혀서는 실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물 부족과 산불이 계속된다면 캘리포니아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이를 방관하지 말고, 농업 활동과 물 관리, 산불 이후 복구에 대한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