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에 반영했는지에 대한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으며, 그 배경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두 국가론과 관련된 헌법 개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개헌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개정, 주민 설득 실패의 징후?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최근 열린 제14기 제1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수정과 민생 관련 법안 등이 논의되었음을 밝혔으나, 두 국가론 제도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통일연구원의 김갑식 선임연구위원은 두 국가론 관련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헌법 개정 시 주요 내용은 다음 날 바로 보도되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탈북 외교관 출신 전문가들은 북한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북한이 주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지 못해 두 국가론 제도화를 추진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에서 주민들이 두 국가론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이 없다는 점이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정은, 두 국가론 제도화 주저했나?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는 데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 관련 문구가 삭제되고 영토 조항이 신설된 점이 핵심”이라며, 두 국가론을 둘러싼 문제로 인해 개헌이 유보되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해 국경선 문제와 관련된 분쟁 우려가 개헌 추진에 걸림돌이 되었을 수 있다. 양 교수는 “북한이 국경선을 국제화하는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우려해 개헌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국가론 개헌, 북한의 속내는?
김정은 위원장이 두 국가론 제도화를 통해 북한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의구심을 가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설득보다는 현실적 문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독재 체제 특성상 주민 설득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과거 통일 관련 상징물을 없애고 ‘통일’이나 ‘민족’ 같은 단어를 삭제하는 등 단독 체제로서의 방향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두 국가론을 헌법에 제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내부적인 우려와 국제적인 반응을 의식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국경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북한이 직면할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은 두 국가론을 섣불리 제도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침묵 속에서 두 국가론의 개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그 내막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