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고, 그의 업적에 대해 잘 몰랐다. 내가 아는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을 열심히 하신 분, 임기 중에 노벨평화상을 받으신 분, 그리고 ‘김대중 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를 여신 분, 그냥 딱 이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내가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고, 그냥 정치와 역사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1990년대에는 일본에 단기로라도 어학 연수를 가려면 일본 대사관 영사부에 직접 가서 각종 서류와 증명서, 일정 금액 이상이 있는 은행잔고 증명서 까지 제출해야 했다. 은행 잔고증명까지는 필요 없더라도 일본에 관광을 하려고 하면 까다로운 서류 제출 후, 겨우 14일간의 관광비자를 발급받던 시절이었다. 입국자가 미혼 여성일 경우에는 일본의 입국심사관으로부터 꼬치꼬치 많은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러던 1998년, 김대중 오부치 선언 이후로는 국가간의 정치적 교류 뿐 아니라, 경제적 교류, 그리고 청소년 교류 확대에까지 이어졌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과 한국 공과대학 학부유학생의 일본 파견은 정치와 역사에 무관심했던 나에게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였다.
2002 FIFA월드컵 한국・일본을 통해 한국인의 일본 입국시 30일간 비자면제가 일시적으로 이루어졌고,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일본 내의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는 이전에 비해 극적으로 좋아졌다. 2002년 이후로 한일간 국제결혼건수는 크게 늘어서 2007년에는 4555건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나 역시 이 붐을 타고 이 시기에 일본인과 국제결혼을 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반한감정을 거의 경험하지 않고 일본에 20년 이상 거주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길위에 김대중’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었던 정치인 김대중의 일대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작이다. 2023년에 영화상영관 확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5천 만원을 모을 계획이었으나, 한 달 만에 7000명 이상으로부터 목표액의 8배 이상의 후원을 받아 약 4억 3천 만원이 모였다. 그 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큰 영화이다. 나는 도쿄 신주쿠에서 김대중재단 해외위원회 일본지부, 도쿄민주연합이 주최한 도쿄프리미엄 무료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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