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금강학교에서 교사로 현재 재직 중인 백수정 씨는 재일본한글학교 관서지역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한글 교육과 더불어 현지어 교육의 중요성을 자신의 경험에서 터득한 백수정 부회장은 이중언어교육의 전문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일본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교원 생활을 하던 그가 어쩌다 아이들의 언어교육에 관심을 가졌는지, 또 이중언어교육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녀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백수정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일본에 오게 된 이유와 현재 하는 일은?
일본에서 생활한 지는 14년째, 오사카에서 생활한 지는 12년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고, 학창 시절에 좋은 선생님들도 만나서 저도 그러한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오사카에 오기 전에는 야마구치현에 있었습니다. 학비 면제와 교사 자격 면허를 딸 수 있는 코스가 있는 학교에서 유학을 시작했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학교 공부 말고도 좋은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일본 시청의 총무과에서 국제교류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지역 소식지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통역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사카에 와서는 지역국제교류협회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의 한국어 담당도 했었지요. 대학원에서는 튜터(Tutor)와 조교(Teaching Assistant)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일본 “오사카금강인터내셔널소학교(오사카 금강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는 재일본한글학교 관서지역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요.
–교사 자격 면허 취득 과정을 설명해 달라. 그리고 언어 교육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설명 듣고 싶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저 같은 유학생이 일본 교사 면허를 따는 게 매우 드물기는 합니다. 외국인인데 면허를 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지요. 그런데 교사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언어보다 더 힘든 게 많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유치원 면허와 소학교 교사면허를 같이 준비했었는데, 학교를 돌며 수업 참관은 물론 실습할 곳도 많았습니다. 실습하는 곳의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야 했었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야 했지요. 유치원, 일반 소학교와 특수학교,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실습도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했습니다. 실습을 다 마치고 며칠간 드러누워서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당시 한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유학을 왔었는데, 아동 교육에 대해서 배우고 있으면서 정작 제 아이의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썼어요.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가끔 아이가 한국어로 말을 하는데 의사소통이 안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집에서도 일본어를 사용해 달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책을 읽어주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일본 동요를 틀어줬죠. 그런데 제가 배움을 더하면 더 할수록 그 행동이 안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교사 면허 취득을 준비하면서 제 아이와 같이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아이의 언어 교육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진학을 준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연구했는가?
오사카대학과 대학원에서 일본어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중언어교육으로, 한일국제결혼가정의 아이의 이중언어교육과 언어 평가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4년에 일본어를 제2언어로 배우는 아이들의 일본어 평가를 위해 ‘대화형 평가 : DLA(Dialogic Language Assessment for Japanese as second language)’를 개발했습니다.
DLA는 일본 공립학교에 다니는 외국 아이들의 학습 언어를 평가할 수 있는 툴입니다. 이러한 언어 평가가 개발되기 전, 외국 아이들에게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서툰 일본어 때문에 언어에 장애가 있다고 판단되어 특수학교로 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일상생활에서 회화를 주고받는 데 문제가 없지만 교과를 따라가지 못하여 학습장애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것은 적당한 언어평가에 필요한 툴이 없었다는 것과 그리고 외국 아이들의 언어환경에 대한 교육자들의 지식과 이해력 부족이 원인이었지요.
일상회화 언어 능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 언어 능력도 평가가 되어야 그 아이에게 맡는 지도를 할 수 있고 그 아이의 학습 능력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에 의해 DLA가 개발되었습니다. 언어능력의 도달점 평가만이 아닌, 인지력의 발달단계도 고려하여 대화로도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개발에 있어 배경이 된 이론들이 이민자 아이들의 언어 교육과 이중언어 정책으로 유명한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검증된 것들이었고 일본어로도 개발되었기 때문에, 또 다른 언어로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이 시급했었기에, 나오자마자 발 빠른 연구자가 중국어 버전을 만들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에 질세라 한국어 버전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한국어 DLA가 나온다면, 한국에 있는 아이들과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한국에 있는 아이들의 학습 언어능력에 맞춰 지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일본과 같이 한국에도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고 그 가정의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평가의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족학교에서의 근무는 어떠했나?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 최초로 해외에서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입니다. 동시에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우리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양국에서 학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학교이기는 하나,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이 일본 교육과정이라서 담임은 일본 교사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재일교포, 일본인, 저같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요. 학생들의 구성 또한 다양합니다.
저는 일본 교과 과목과 한국어,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글학교 수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본 교과 과목이라면 말 그대로 일본 교육과정의 과목입니다. 지금은 담임을 안 하고 있지만, 일본 소학교 교사면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 학교에 들어와서 몇 년간 담임을 하다가 재작년과 올해는 교과 전임이 되었고, 담당 교과 과목과 한글학교 수업과 운영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연구대상이 제 아이처럼 일본에 있는 한국계 아이들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도 안 해보고 얼마나 내 연구에 대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석사논문 마치고 박사과정을 들어가려고 했을 때, 학교에서 소학교 교사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 바로 들어왔지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다고 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부터 학교 업무, 그리고 학부모 상담은 물론 학교 행사 등 매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비슷한 문화를 가진 나라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부분 때문에 힘든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계 학교에서 일하는 일본인 선생님들이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일본인 아이들도 애국가를 부르거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에 저 또한 이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많은 걸 배우기 시작했고,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한글학교 담당이 되고, 관서지역의 한글학교 협의회 일도 하게 되면서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일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지요.

–나에게 한국어 교육이란?
학교에서 일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은, 한국어 교육이 단지 언어 발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전인적(全人的) 발달을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관련하여 아이의 라이프 코스를 시야에 넣고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일본 교과를 가르치면서 한국 교과서 내용을 적용하여 한국어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한국의 학습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으며, 문화의 상대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한글학교 유치원 수업시간에는 전래동화구연도 자주 합니다. 일전에는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빨간 부채와 파란 부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부채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부채를 가지고 부모님한테 보여주니, 어떤 부모님은 아는 이야기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부모와 유대감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한국어 교육이란 ‘한국어를 통한 전인교육’입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한국계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도 중요합니다. 한 교실에서 사용되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학습자 각 개인의 언어 환경에 따라서 계승어(継承語)가 될 수도 외국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의 발달도 인식하여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에 두 바퀴가 있어야 제대로 달릴 수 있지 않겠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능력 평가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시험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있는데, 일본 소학교 저학년들이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일본의 DLA와 같은 한국어로 된 언어능력 평가가 아직 없기 때문에 그것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타성에 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일본에서 생활한지 오래될수록 한국의 트렌드를 좇아가기 힘들어요. 그래서 학교 밖에서의 활동도 활발히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이 보고 배워야 미래의 인재들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한테 제가 배운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이, 학부모와 교사, 일반 사람들에게도 알기 쉽게 말이죠. 먼저 제가 어설픈 전문가가 아닌 제대로 된 이중언어교육 전문가가 돼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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