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사람들이 몇 명만 있어도 코로나에 걸릴까 두려워요.”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한 시민은 햄버그 포장봉투를 들고 서둘러 매장을 나섰다. 사람 몇명이 머물고 있는 매장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표정이 확연했다. 이 시민은인근 대학병원에서 안과 수술을 받고 나와 눈에 붕대를 붙여 불편한 상태였지만 빠른 걸음으로 매장에서 멀어졌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이날 0시 현재 600명대에 육박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신촌과 강남 등 주요 번화가는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코로나19 공포심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급증했다.
■”과거와 달라, 경로 알수 없다“
이날 신촌에선 점심 식사시간이 되자 음식물 포장 봉투를 들고 이동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면 상당수 음식점 매장은 텅 비어 있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매장 손님은 줄고 포장 주문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분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향하던 20대 김모씨는 “밥을 먹어야 하는데 매장에서먹으면 위험하니까 포장하러 나왔다“며 “배달도 시킬 수 있지만 비용이 아깝지 않나. 그나마 안전한 곳은 집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신촌 일대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 층 무증상 확진자가 증가해 불안감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집단 확산을 우려해 수업을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가운데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이제 안전한 곳이 없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과거 확진 사례는 대구·경북과 이태원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소규모 집단 감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4시간째 공부를 하던 20대 최모씨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도서관과 카페가 모두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다“며 “사람이 많아서 걱정되지만 공부를 해야 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앉아 있다. 이러다 코로나19라도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신촌 한 유료 주차장에서 하루 11시간씩 근무한다는 60대 유모씨는 “부스 안에서 이 일대 낮과 밤을 보면 가관이 따로 없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술자리나 단체행동을 하지 말라고 해도 우르르 몰려다니고, 비말 묻은 담배 꽁초를 여기저기 버리는데 확진자 수가 안 늘 수 있나“라며 “제발 사람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행동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너무 겁난다“고 했다.
■붐비던 출근길도 변화…”자리 있네“
강남구 일대의 상황도 신촌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음식점과 주점이 늘어선 먹자골목은 다니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로 썰렁했다. 음식점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몇몇 직장인들만이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발을 옮기고 있었다.
한 라면집은 그나마 2명의 손님이 식사하고 있었으나 이들이 나가자 고요해졌다. 이 라면집 관계자는 “이제는 만성이 돼서 그러려니 한다“며 “매출은 3분의 1가량 줄었지만 뚝심 있게 버텨야 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면 붐비던 출근길에 변화가 생겼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강남 소재 한 회사에 다니는 20대 이모씨는 “출근시간에 꽉 차던 지하철과 버스가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다“며 “예전에는 앉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자리가 있어서 앉아서 출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는 코로나19 확진자수가 300명대로 늘어난 이후 부분적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83명이다.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신천지예수교 여파로 대구·경북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3월 6일(518명) 이후약 8개월 만이다.
파이낸셜뉴스 윤홍집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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