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어려울 정도가 돼야 코로나19 감염 검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일본 도쿄 지역의 의료진 내부 가이드라인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주간지 주간아사히는 14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도쿄도 의사회가 도내 개업의 의사들에게 배포한 ‘담당의사 외래진단수순’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발열 37.5℃ 이상’, ‘동맥혈 산소포화도(SPO2) 93% 이하’, ‘폐렴 증상’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발열 37.5℃ 이상이고 폐렴 증상에 있어도 산소포화도가 93% 이하가 아니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이 문건을 주간 아사히에 제보한 의사는 “산소포화도가 93% 미만이면 숨을 쉴 때 쌕쌕거리면서 죽을 정도로 괴로운 상태”라며 “이 조건대로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엄격한 코로나 검사 기준을 일선 의사들에게는 제시하면서 일반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주간아사히는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까지 증상이 악화하지 않으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하루 2만 명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검사는 지난달 평균 1500여 건에 그쳤다. 이달 들어서도 2000건 내외다. 일본 정부가 해당 문건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니나, 도쿄도 의사회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능하면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마라’는 후생성의 방침에 보건소도 따르고 있다고 주간아사히는 지적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도쿄도의 양성 판정률은 36.7%에 달했다. 후생성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도쿄도에선 566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 중 208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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