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주식시장을 잠식했다. 코스피는 10년8개월 만에 15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달 새 국내 증시에서 11조원의 기록적 순매수에 나섰지만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현재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0위 종목(코스피·코스닥시장 모두 포함)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25.1%를 기록했다.
개인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외국인투자자가 매도세로 돌아선 지난달 24일 이후 이들 종목을 11조1636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단 하루(3월 4일)를 제외하고 국내 증시에서 1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금리인하로 통화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지수의 ‘V자’ 반등 경험과 낮아진 절대지수 레벨, 사모펀드 사태 등이 개인의 직접투자 수요를 자극했다.
특히 개인은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순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는 5조26억원으로 전체의 44.8%에 달한다. SK하이닉스(8849억원), 현대차(6099억원), 한국전력(3365억원), 삼성SDI(3123억원), LG화학(2958억원), SK이노베이션(1830억원), 신한지주(1785억원), 포스코(1473억원), 씨젠(1355억원) 등 개인들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8조1099억원을 베팅했다.
그러나 개인의 투자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가 -19.7% 수익률을 나타내는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씨젠(78.05%)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평균 30%의 손실을 내고 있다.
개인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반대매매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주식 신용거래융자는 8조1417억원으로 지난 12일(10조26억원) 대비 1조8840억원이나 감소했다. 증시가 폭락하며 주식 상환보다는 반대매매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개인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돈이다. 증권사는 주가 하락으로 신용융자 담보가치가 평균 대출금액의 140%를 밑돌면 주식의 차액만큼 임의로 매도할 수 있다.
단기융자인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250억원으로 약 8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수가 장 후반 급락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개인들이 증권사의 반대매매 직전 손절매에 나서면서 증시 낙폭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용공여 잔액이 줄어든 것은 주식상환보다는 반대매매나 손절매 물량이 늘어난 이유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최근 고객예탁금과 MMF(머니마켓펀드) 자금 등 개인들의 거래대금이 증가한 가운데 증시가 급락하며 반대매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13일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반대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키로 했지만 담보유지비율에 일관된 기준이 없어 금융투자회사의 반대매매는 기존 수준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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