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저팬의 스즈키 가즈에씨가 9일 오전 도쿄에서 후쿠시마현의 방사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지난해 하반기 일본 열도를 강타한 연이은 태풍으로 후쿠시마현 지역의 방사성 물질이 오염 제거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지역으로 다량 누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국제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오는 7월~8월 도쿄올림픽 때 활용될 시설 인근의 방사선량이 원전 사고 전 후쿠시마의 평균 방사선량의 1700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저팬(이하 그린피스)은 9일 오전 일본 도쿄 증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0월 16일∼11월 5일까지 후쿠시마현 일대에 대한 방사선량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린피스 측은 지난해 10월 태풍 ‘하기비스’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방사선량이 주변 평균보다 몇 배 높은 ‘핫 스폿’이 다수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일례로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가 해제된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의 폐교된 한 초등학교 주변을 들었다. 학교 주변에 나뭇잎과 토사가 쓸려내려왔는데 여기서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큰비에 의해 숲에서 방사능을 포함한 진흙이 붙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가 운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사 대상 지역의 방사선량을 보면 국도 114호선을 따라 조사한 결과 핫스폿의 시간당(이하 동일) 방사선량은 지표면에서 높이 1m인 곳은 7마이크로시버트(μ㏜), 50㎝인 곳은 11μ㏜, 10㎝인 곳은 31μ㏜였다. 폐교된 초등학교 주변의 경우 지표에서 1m 높이는 1.3μ㏜, 50㎝는 1.8μ㏜, 10㎝는 2.9μ㏜로 각각 측정됐다.
도쿄올림픽과 관련된 시설에서도 높은 수준의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약 20㎞ 거리에 있는 J빌리지 일대도 핫 스폿이다.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지표면에서 방사선량이 71μ㏜에 달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원전사고 전 후쿠시마현의 방사선량을 보여주는 지표인 ‘백그라운드치’는 0.04μ㏜였다. 단순 비교하면 J빌리지 인근 핫스폿의 지표면 방사선량은 이 백그라운드치의 1775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J빌리지 인근 핫스폿의 경우 지면에서 10㎝ 높이는 32μ㏜, 50㎝ 높이는 7μ㏜, 1m 높이는 1.7μ㏜였다.
그린피스 측은 이 정도의 방사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위험이 제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린피스는 “큰비가 올 때마다 오염제거가 필요하다. 오염제거는 끝이 없다”며 평생에 걸쳐 발생하는 피폭 위험 등을 고려해 일대에 대한 피난 지시 해제 및 주민 귀환 사업을 재고하라고 제언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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