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대 일왕 ‘나루히토’ 즉위 이낙연 총리-아베, 24일 회담 문대통령 친서 전달할 예정
22일 오후 1시17분. 제126대 일왕의 즉위례정전의식(즉위의식)이 치러진 일본 고쿄(왕궁) 영빈관 마쓰노마(소나무방). 높이 6m50cm, 가로•세로 6m 크기로 ‘천손강림 신화’를 표현한 다카미쿠라(옥좌)에 나루히토 일왕이 정적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즉위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중•참의원 의장, 대법원장 등 3부 요인 등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즉위 사실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소감문(오코토바)를 읽어내려갔다.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헌법에 의거, 일본국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 전후세대 첫 일왕(1960년생•59세)으로서 개헌 추진에 혈안이 된 아베 정권을 향해 세계평화와 헌법 준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일왕, 평화 계승 의지
식순에 따라 아베 총리는 다시 일왕을 올려다보며 “우리 국민 일동은 ‘천황폐하’를 일본 및 일본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받들어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자랑스러운 일본의 밝은 미래를 (일부 중략) 창조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축사를 읽고 만세삼창을 했다.
헌법을 둘러싼 아베 정권과 일 왕가 간의 ‘동상이몽’ 입장을 극명히 드러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개헌을 통해 전쟁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고, 사상적으로는 ‘천황제와 신도’를 구심점으로 삼고자 하는 일본 우파 정권과 전후 70년간 이어진 평화헌법과 평화주의를 계승하고자 하는 일왕의 입장 차가 이 즉위 이벤트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며 헤이세이 시대의 ‘평화 계승’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는 “현행 헌법도 제정한 지 70여년이 지났으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은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 등 개헌에 의지를 다지고 있는 아베 총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제한적인 수준에서의 외교 및 대외활동만 가능한 실권 없는 ‘상징 일왕’의 평화 메시지이나, 일왕이 차지하는 일본 내 위상을 감안하면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일본 극우 및 보수 사회엔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외교•사면 이벤트
아베 총리는 사실 이번 즉위식을 장기집권의 피로감을 떨구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정치 이벤트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한 50개국 대표와 연쇄회담을 벌인다. 23일엔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외교사절단 4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총리 부부 주재 만찬을 연다.
23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과 면담을 한다. 시 주석의 내년 봄 국빈방일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총리의 회담은 24일 열린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 직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와 만나 “단 한번의 방문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되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외교 이벤트 외에도 약 55만명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 이벤트’도 실시했으나, 이를 보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못해 냉랭하다. 헌법의 정교분리 위반 소지부터 행정부가 과도하게 사면권을 행사했다는 3권분립 위반 논란, 더불어 “법을 잘 지킨 선량한 사람들만 손해보는 것 아니냐”는 평범한 사람들의 볼멘소리까지 더해지면서 비판만 가열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저작권자(C)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