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변에 “한국과의 문제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얘기했다고 4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미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관의 관계에서 부침을 경험했다고 부연하며, 발언의 상대방과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이같이 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수출규제를 맞바꾸는 이른바 ‘이낙연 안(案)’ 도 수용불가다.
분명한 건 양국 정부 모두 굽힐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총리관저에서 가와무라 간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징용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반응했다. 당분간 ‘강 대 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한 여당인사도 한국 정부의 분위기에 대해 “전면전을 치를 태세”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동이 임박했던 지난 6월 경제산업성•외무성 등 관계부처 간부들을 불러 “입장을 굽히지 않고, 출구를 찾길 바란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다.
올 하반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 정상회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지난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강제징용 판결에 진전이 없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게 현재 총리관저의 분위기다. 일본 외무성의 한 관료는 “문재인•아베 정권에선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려워 이런 상태가 2~3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에 대비, 국제 여론전 역시 적극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일본과 한국 사이의 진짜 문제는 신뢰’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 “문제의 핵심은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할 때 했던 약속의 준수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한국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수습책임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재차 강변했다.
한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국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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