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소말릴란드를 독립국가로 공식 인정하면서 동아프리카와 홍해 일대의 지정학적 균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2025년 12월 26일 소말릴란드를 주권국으로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이후 유엔 회원국이 이를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결정을 중동 외교 정상화 구상인 아브라함 협정의 연장선으로 설명했다. 소말릴란드의 압디라흐만 모하메드 압둘라히 대통령은 이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도 하르게이사에서는 대규모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미국의 반응은 신중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실질적 국익과 파급 효과를 따져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 국무부 역시 소말리아의 영토 보전 원칙을 강조하며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역내 반발은 거세다. 소말리아 정부는 이번 조치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튀르키예와 이집트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다. 이집트는 홍해와 수에즈 운하 안보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아프리카연합은 대륙 전반의 안정과 기존 국경 원칙을 훼손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연맹과 걸프협력회의도 소말리아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 같은 반발의 배경에는 소말릴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자리한다. 소말릴란드는 아덴만에 접한 요충지로,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10~12%가 통과하는 해상 병목에 위치한다. 특히 베르베라 항만은 상업과 군사 양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이 항만은 2016년 이후 아랍에미리트 자본이 장기 운영과 개발에 참여해왔다.
이스라엘의 계산에는 안보 요인도 깔려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INSS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세력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홍해 인근 감시와 억제를 위한 거점 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소말릴란드는 홍해 건너편에서 예멘 연안을 감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반대해온 기존 외교 논리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랍권 역시 팔레스타인 자결권을 강조하면서 소말릴란드의 독립 주장에는 선을 긋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향후 파장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남수단이 소말릴란드 인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일부 아프리카 국가로 인정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에티오피아를 축으로 이스라엘과 소말릴란드가 연결되는 비아랍권 전략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는 동아프리카의 지정학 지형을 재편하고, 대륙 곳곳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연쇄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럽의 국제정치 평론가들이 이번 결정을 두고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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