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를 비롯한 핵심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대거 끌어오는 반면, 인공지능(AI) 및 정책펀드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 당은 “중복 예산 조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역 사업 챙기기에 더 공을 들인 모습이다.
여야 지도부 지역구에는 정부안보다 늘어난 예산이 다수 배정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는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관 건립 예산 2억 원이 추가됐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역구를 둔 충남 천안갑에서는 국도 및 진입로 관련 사업비 5건이 증액돼 총 112억 원 이상이 반영됐다. 예결위 간사 이소영 의원은 경기 과천청사 중장기 개선 연구용역 예산 3억 원을 확보했다.
국민의힘도 상황은 비슷하다. 송언석 원내대표 지역구인 경북 김천에는 양천~대항 국도 대체 우회도로 착공비 10억 원과 직지사 대웅전 주변 정비 예산 등이 포함돼 약 50억 원이 늘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의 강원 지역구에서는 평창 도암호 유역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 비용이 81억여 원 증가했다. 야당 예결위 간사 박형수 의원의 경북 의성 지역 역시 국도 5호선 보행자 통행로 개선에 10억 원이 추가됐다.
반면 국가 전략 산업으로 꼽히는 AI 관련 예산은 2천억 원가량 삭감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은 345억 원 줄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예산도 185억 원 넘게 깎였다.
정책펀드 역시 큰 폭의 감액이 단행됐다. 중소기업 모태펀드는 2800억 원 삭감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혁신펀드는 1000억 원이 전액 삭제됐다. 문화체육관광부 K-콘텐츠 펀드(350억 원), 농식품부 농식품 펀드(200억 원) 등 주요 산업 지원 펀드도 일제히 조정 대상이 됐다.
이 같은 감액은 야당이 “중복·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요구한 항목들로, 여당은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준수를 위해 상당 부분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여야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생색내기 삭감·실속 챙기기 증액’이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