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심화하는 인력난 속에서 인구 감소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며 한국형 인력·이민정책 전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면서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은 노동력 부족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협은 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인구감소 시대 일본 사례와 시사점’ 세미나를 열고 일본의 장기 외국인력 전략과 지자체·산업·대학 연계 모델을 공유하며 정책적 대안을 논의했다.
세미나 첫 발표자로 나선 요다 오토에 딜로이트일본 박사는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2050년까지 2000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동화가 확대돼도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인력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각료회의를 설치해 외국인 수용과 공생사회 구축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적극적인 노동 이민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혜진 일본국제교류센터 최고사업관리자는 일본이 2010년대 이후 학생, 특정기능인력, 육성취업제도 등을 도입하며 외국인의 장기 취업과 정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외국인에게 ‘선택받는 국가’를 목표로 정책을 재구성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한상영 위원은 일본의 지자체·산업·대학 연계를 뜻하는 지산학 모델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특히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유치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기업, 구마모토대학이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해 지역 산업과 인력 수급을 맞춰낸 점을 한국의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외국인 전문 인력 교육과 지역 산업 취업을 연계하는 구조를 한국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참석자들은 단기 체류 중심 인력 도입 방식에서 벗어나 숙련 인력 양성과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진식 무협 회장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 노동력 감소는 국가 성장의 중대한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일본 사례를 참고해 인구정책과 이민정책을 정교하게 결합해 산업 현장의 인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