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생활비를 줄이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이 재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오랫동안 형성된 소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고,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여가비가 늘어나는 경향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료 인상, 간병비 부담 등 필수 지출은 꾸준히 오르지만 소득은 평균 40%가량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노후준비의 핵심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일정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유입되는 구조를 얼마나 다양하게 구축했느냐가 노후 안정성의 핵심 지표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연금저축펀드, 주택·농지연금, 월 지급식 펀드를 더하는 ‘연금 5층 구조’를 권한다. 국민연금이 기본 생활비의 절반가량을 맡고, 나머지는 민간 연금과 부동산 기반 연금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3040세대에는 국민연금을 1층으로 삼아 IRP, 연금저축펀드, ISA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장해 가는 전략을 제시한다. 복리 효과와 물가연동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이유다.
5060세대에게는 연금 수령 시점 조정이 핵심으로 꼽힌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5년 연기 수령을 통해 연금액을 최대 7.2% 더 늘릴 수 있고, 평균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연기 수령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하고 일시 납입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추천된다.
은퇴 후 자산 포트폴리오 역시 ‘지나친 안전성 추구’는 금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이 높을수록 실질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 60~70%, 채권·리츠 20~30%, 현금성 자산 10% 수준의 균형을 제안한다. 장기 적립식 ETF 운용 비중을 늘리는 것도 대안이다.
노후 지출 위험 요인으로는 투자 실패, 장수, 인플레이션, 질병과 함께 ‘자녀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은퇴 시점에 자녀 결혼·지원 비용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사례가 흔해 지출 상한선을 연 단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간병비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 위험 요소다. 금액이 크고 기간이 불확실한 만큼 특정 금액을 따로 모으는 방식보다 연금 구조 안에 간병비 재원을 할당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펀드를 간병비 파이프라인으로 배정하거나, 자가 보유자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간병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재무 전문가들은 “노후의 성패는 자산 규모보다 현금 흐름의 설계에 달려 있다”며 “작은 금액이라도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다양화하는 것이 장기 안정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