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 주일 한국대사가 자민당 신임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의 총리 선출을 사실상 확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외교 현실을 고려해 극우 성향의 정책은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대사는 18일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은 거의 확정적이라 봐도 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10일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이 연정 탈퇴를 선언하며 일시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으나, 자민당이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새 연정 구성을 논의하면서 총리 취임이 다시 유력해졌다. 양당은 전날 협의 후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연정 합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사는 유신회와의 연정으로 외국인 정책 등이 우경화할 우려에 대해 “총리가 되면 대외관계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정책 방향을 일부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한일 관계는 양호한 외교 기조 위에 있다”며 “양국이 서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일 안보와 국방 협력 강화는 시대적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전범 기업의 기부 참여가 없다는 지적에는 “자발적 기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대사는 올해 한국 정부 주최 사도광산 추도식이 “11월 말쯤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1월 24일 개최된 일정과 비슷한 시기다. 일본은 매년 현지에서 자체 추도 행사를 열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 측 추도사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최근 2년 연속 불참했고 올해도 별도 추도식을 준비 중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아키히토 상왕의 방한 추진을 제안하자, 이 대사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왕 방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임기 중 실현된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