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연체자 구제를 위해 ‘새도약기금’을 출범시키며 최대 113만명의 채무자에게 빚 탕감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채권 상당 부분을 쥔 대부업체들의 참여와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새도약기금은 5천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일괄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총 16조4천억원 규모의 채권이 소각 또는 조정될 예정이며, 정부는 약 113만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추산했다.
상환 불능이 입증된 경우 채권은 전액 소각된다. 기여금 분담에서는 은행권이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3천600억원을 부담하고, 보험·여신전문·저축은행권이 나머지를 나눠 맡는다.
기금은 이달부터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등과 협약을 맺고 순차적으로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 연체채권의 약 4분의 1(약 2조원)을 보유한 대부업체들의 협조가 관건이다. 대부업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매입가율이 낮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법적으로 매각을 강제할 수단도 없다. 업계에서는 1금융권 대출 확대나 코로나 피해채권 매입 허용 등이 유인책으로 거론된다.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대규모 빚 탕감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도박·유흥 등 사행성 채무나 외국인 채권은 제외하고, 심사 절차를 강화해 부정 수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누구나 장기연체에 빠질 수 있다”며 “채무자 재기를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으로 제도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무 탕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고용·복지와 연계한 종합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 등 경제활동 기간이 긴 계층에는 맞춤형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면서 채무자 재기가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