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맞아 8월 15일 또는 9월 2일에 역사 인식을 담은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굳혔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각 결의 없이 개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자민당 내에서는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보수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이시바 총리는 당초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전쟁과 침략의 원인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전후 80년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자문위 구성 지연과 당내 압박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일본 정부는 과거 중요한 기념 연도마다 내각 결의를 거쳐 전후 담화를 발표해 왔다. 50주년에는 무라야마 담화, 60주년에는 고이즈미 담화, 70주년에는 아베 담화가 있었다. 그러나 자민당 내 보수 세력은 아베 담화 이후 새로운 담화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결정은 종전 기념일에 역사 인식을 밝히는 일본 정부의 전통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시바 총리는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 메시지 발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당분간 공식 발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