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차세대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던 메타버스가 국내에서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 최근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며 사실상 시장 퇴장을 예고한 상태다.
19일 서울회생법원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인 컬러버스에 간이 파산을 선고했다. 컬러버스는 카카오게임즈 및 자회사 넵튠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컬러버스는 지난해 115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봉착했고, 핵심 서비스였던 ‘퍼피레드M’도 종료됐다.
국내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였던 네이버의 ‘제페토’ 역시 경영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네이버는 메타버스 사업을 주도했던 자회사 네이버제트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했다. 올해 1분기 네이버의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제페토가 포함됐을 때 2.9% 성장에 그친 반면, 제페토 제외 시 6.7% 증가했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제페토가 꼽히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의 몰락 이유로 ‘기대가 기술을 앞선 대표적 사례’라고 진단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초기부터 고가 장비를 요구해 대중화가 어렵고, 서비스 모델이 한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부족했던 점을 주요 실패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행처럼 몰려든 과도한 투자와 무리한 확장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분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애플은 2026년까지 스마트 AR 안경 양산을 계획 중이며, 구글은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AI 기반 XR 스마트 안경을 공개하는 등 현실과 디지털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기술 자체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며 “XR과 AI 기술이 결합하는 시점에 메타버스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