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2025 세계라면축제’가 전례 없는 혹평과 운영 미숙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방문객들은 “만원 내고 난민 체험했다”는 반응을 보였고, SNS에는 텅 빈 행사장과 컵라면 몇 개가 전시된 부실한 현장 사진이 다수 공유되며 축제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됐다.
이번 축제는 비영리법인 ‘희망보트’와 부산 16개 구·군 장애인법인연합회가 주최하고, 펜앤마이크·송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해 지난 2일부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개막했다. 주최 측은 15개국 라면 브랜드와 ‘라면요리왕 선발대회’, ‘라면파이터’ 등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를 예고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라면 종류가 극히 제한되고 뜨거운 물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행사로 예정됐던 초대가수 공연, EDM 파티 등도 예고 없이 취소됐다. 행사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안내조차 없어 예매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관람 평점은 0.7점(5점 만점)이라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농심과 협업해 성공적으로 치러졌던 ‘구미 라면축제’를 기억하고 부산을 찾은 일부 관람객들은 “기대한 만큼의 퀄리티가 전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행사장 운영에 참여했던 업체들도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철수했고, 주최 기관인 ‘희망보트’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에 따라 축제는 사실상 조기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논란은 부산시의회와 부산장애인법인연합회로도 번지고 있다. 부산참여연대와 건강사회복지연대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행사는 특정 인터넷 언론사와 민간단체가 이권을 노리고 벌인 사기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부산시의회의 후원 명단 등 책임소재를 투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시의회와 장애인법인연합회 측은 “행사 운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단지 명칭만 사용 허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단체는 “행정 신뢰를 저버린 일”이라며 후원 결정 과정 전면 공개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해당 축제는 애초 부산 북항 제1부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과 부산시 간 협의 미비로 일정과 장소가 급히 변경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행사 준비가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부실 운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최 측이 연락을 끊은 가운데, 예매자들의 환불 요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향후 법적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